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이모 Oct 22. 2023

해와 달을 품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끌리지 않아?


해와 달을 모두 품고 있는 사람. 뜨거운 태양빛을 내뿜지만 은은한 달빛을 호주머니에 담고 있는 사람.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사람. 식물적인 줄만 알았는데 동물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사람. 야성미 넘치는 외모와 달리, 나조차 잊고 있던 내 지난 안부를 조심스럽게 물어봐주는 사람. 얌전해 보였는데 그런 줄만 알았는데 목소리가 힘차고 열정적인 사람. 평소에 어수룩하게 있다가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 그때 그의 눈에서 발광하는 순수한 빛 같은 것. 눈처럼 환한 눈빛. 그것은 그가 가진 아우라. 에너지.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지닌 '조화로움' 때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혀 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법. 음과 양. 두 가지 중 하나에 치우쳐졌다면 그것은 학습된 것. 자연은 그런 생김새가 아니다. 자연은 커다란 순환 시스템으로, 하나의 거대한 몸통으로, 이 복잡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돌리고 있다. 그 안에는 뜨거움과 서늘함이, 아름다움과 추함이,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나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한다. 내 안에도 울퉁불퉁하고 모난 모습과 둥그렇고 따스한 모습이 수레바퀴 돌 듯 함께 돌고 있다. 보기에 좋은 것만 잡지 않는다면. 보기에 싫은 것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준다면. 인간은 비로소 자연에 가까워진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진다.


학습되기 전의 날 것.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것. 분홍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것. 분홍이면서 하늘이면서 노랑이기도 한 것. 여자이면서 남자이고 남자이면서 여자인 것. 우리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 모습과 저 모습을 공평하게 품고 작은 소우주를 돌리고 있다. 거대한 우주의 한 부분으로써, 각자의 원을 굴리고 있다.


당신의 여성적인 모습을 사랑한다. 그 안에 당신이 품고 있을 본능적인 뜨거움 역시 사랑한다. 당신의 남성적인 모습을 사랑한다. 그 안에 숨어있는 다정함과 세심함, 수줍음을 사랑한다. 나와 같이, 슬픔과 좌절과 절망을 품고 있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희망과 긍정을 품고 있는 당신을 사랑한다. 세상 만물이 그러하듯, 당신의 그러함을 사랑한다. 다 가진 당신을 사랑한다. 그 어떤 것도 가지지 않은,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생처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