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사람에게 반하나요?

by 사과이모
당신만을 위해 특별히 우려냈습니다 (76).png


이야기는 뭐니 뭐니 해도 연애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 누가 누구에게 반한 이야기, 반했던 순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중학생 소녀 같은 마음으로, 콩닥콩닥하는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졸라댄다. 얼른 말해봐. 얼른! 내가 사랑하는 친한 언니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반한 이야기를 할 참이다. 그 장면이 눈으로 그려져서 그림을 그려볼 참이다. 그는 언니보다 6살이나 어린 남자. 건장한 체격에 눈이 부리부리한 한눈에 봐도 듬직한 스타일. 나보다도 한참 어린 형부를 만나니 약간 기분이 묘했다고나 할까.


데이트하던 시절, 혹은 썸 타던 시절. 두 사람은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고. 술도 한잔 했다고. 헤어지기는 싫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밤거리를 배회했다고. 그때 한 20대 여자분이 만취해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곁에 그 여자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던 어떤 남자가 있었다고. 한눈에 봐도 남자와 여자는 모르는 사이. 여자는 이성을 잃은 상황. 대체로 이런 장면을 보면 서둘러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들 역시 여자를 지나쳐갈 수 있었다. 언니는 그때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니 글쎄, 내 동생 같은 거야...”


여자가 걱정이 되던 언니는 형부의 손을 꼬옥 잡았다고. “저 여자분 위험한 것 같아”라는 언니의 마음이 간절하게 꼭 잡은 손길로 형부에게 전해 졌던 걸까. 갑자기 형부는 술 취해 있던 여자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어깨동무를 했다고 한다. 순간 언니는 얼음. 그 남자는 이건 무슨 상황이지? 하는 황당한 표정으로 형부를 쏘아보았다고.


형부는 짐짓 큰소리로 '야! 너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으이구...' 라고 말하며 언니 손을 잡아끌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부축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여자는 만취상태. 20대 대학생으로 추정. 전화기를 꺼내 인근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여자를 안전하게 친구에게 맡겼다고. 상황이 정리되는 때까지 30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의 행동을 오지랖으로 볼 수 있는데 눈 밝은 언니는 어린 형부에게 그때 반해버렸다고 했다. 누군가 위급한 순간, 모른척하지 않는 그의 담대함. 상황을 이끄는 판단력.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 내 옆에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그 순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로움.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조건을 계산기로 대놓고 두드리는 세상이다. 좀 매너 있다면 마음속으로 계산기 두드리면서 아닌 척하는 세상이다. 계산기야 좀 두드릴 수 있지만, 사람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얼마로 계산 매길 수 있을까. 무가보(無價寶). 그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 아닐는지. 어린 형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이런 귀한 사람을 알아본 언니의 안목을 찬탄하며! 그들이 함께 할 가치로운 인생을 축복하며! 이렇게 멋진 어른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슴 따뜻해지는 밤 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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