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자신만의 힐링이 되는 취미가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던 시절, 함께잘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던 시절, 나는 그런 내가 이상하고 부족한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과의 관계는힘들까. 사람에게 지칠 때, 혹은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공원에 가만히 앉아서 오가는 동물을 구경하거나 고개가 아프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과천행 지하철을 타고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가서 동물구경을 했다.
코끼리열차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동물원으로 달려가는 순간, 늘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과천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널찍한 자연 속을 거닐며 동물들을 바라보는 게 그렇게나 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은 코끼리, 판다, 고양이 그리고 날아다니는 모든 새들.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고 물을 때, 망설임 없이 바로 답하는 사람이 좋다. 좋아하는 동물 정도는 마음 가는 대로 정하고 실컷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사람이야 상대가 날 안 좋아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동물은 마음 상할 일 없이 마음껏 좋아해도 되니 좋지 아니한가.
동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뭐가 좋은데요?라고 물으신다면...
그렇게 물으실까 봐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는데 말이지요.
고요히 앉아서 동물을 바라보는 자세가 사랑을 닮은 것 같다.좋으니까 소통하고 싶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하니 오감을 열고 느끼려고 한다. 가만히 가만히 눈을 맞추고 귀 기울이고 느끼려는 몸짓. 동물 앞에서는 너그러워진다. 말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감각하며 대화한다. 그러면서 알아진다. 말도 안 통하는 얘네들은 있는 그대로 느끼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면서 말이 통한다는 사소한 이유로 당신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말로, 머리로, 논리를 앞세웠지 있는 그대로의 그를 느끼려고 하지 않았구나...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 마음으로 느껴보지 않았구나... 그렇게 내 앞에 사람에게로 돌아와 공손하게 앉게 한다고 할까. 동물을 바라보는 고요한 자세 안에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건져 올리게 된달까.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동물이 있다면 좋겠다. 사람에 지칠 때는 그들을 만나러 가도 좋겠다. 좋아하는 만큼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아도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을 전제한다. 코끼리가 자신의 발 구르기로 5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친구 코끼리에게 '나 여기 있어'라는 신호를 전할 수 있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좋아하는 그 사람이, 일상의 전쟁에서 패배한 날이면 만화책을 빌리고 소고기 중에서도 굳이 꽃등심을 먹겠다고 우기며 지하 10층까지 떨어진 자신의 영혼을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소소한 의식을 행한다는 정도는 당신이 알고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