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정체 모를 소리에 잠을 깨는 일이 종종 있었다. 때로는 뭔가를 톡톡톡!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부스럭!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려나 했는데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치고는 방에서 너무 선명하게 들린다. 어디서 전달되는 소리라기보다는 벽 자체에서 너무 생생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소리가 거듭될수록 궁금증은 점점 쌓여갔지만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때로는 잠자리에 들 때면, 때로는 이른 새벽에 그 소리는 나의 잠을 방해해 왔다.
결국 나는 일을 삼고 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벽 여기저기를 두드려봤지만 단단한 콘크리트 벽일 뿐이다. 안에서 뭔가 움직일 리가 없단 이야기다. 그러다가 손등으로 우연히 건드린 곳에서 마치 북처럼 퉁퉁 울리는 부분을 발견한다.
오 뭐지? 하며 밖으로 가서 벽의 반대편을 확인한다.
그곳엔 웬 구멍이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전에 이 집에 살았던 누군가가 에어컨을 설치했던 흔적이다. 구멍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간 순간 구멍 안에서 새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밖으로 날아간다.
구멍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둥지를 틀기 위해 인테리어가 한창인 것 같았다.
어디서 주워온 털도 보이고 지푸라기도 보인다. 그동안 들었던 정체불명의 소리는 모두 새가 분주하게 집을 짓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렇게 벽지를 건드릴 때마다 부스럭 소리가 나고 부리가 부딪칠 때마다 톡톡 소리를 냈던 거다.
그리고 어쩐지 평소에 창문을 닫았는데도 새의 노랫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들린다 했다. 나의 벽에 새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귀여운 일이지만 잠을 깨우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잠시 고민한다.
처음엔 구멍을 막아버릴까 생각했지만 정성스레 만들어놓은 보금자리가 참 가련하다.
결국 구멍을 막기보다는 일단 구겨진 종이를 구멍 깊이 넣어서 부리가 벽지에 닿는 것을 막아보기로 했다. 나름의 방음 시공을 한 셈이다. 낯선 종이가 들어와 있어서 다시 둥지를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완만하게 합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