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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도슨트북 Sep 28. 2021

이건희 컬렉션,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

Camille Pissarro 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카미유 피사로

Marché de Pontoise 퐁투아즈 시장

1893

59×52cm


또 다른 작품명으로 ‘Le Marche Aux Grains Pontoise 퐁투아즈 곡물 시장이라고도 하며, 초기 스케치로 보이는 작품이 남아 있다. 피사로는 퐁투아즈에 살았던 1882년에 ‘퐁투아즈의 가금류 시장 The Poultry Market at Pontoise’  그렸고, 런던에서 퐁투아즈로 다시 돌아와  1892년과 1895년에 퐁투아즈 시장 작품을 많이 그려, 일반 서민들의 활기로 가득  퐁투아즈 시장에 많은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월 피사로의 작품 '봄날 아침의 몽마르트르 거리 Le Boulevard Montmartre, matinée de printemps' 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그 전 가격보다 5배나 많은 1천990만 파운드, 약 345억 원에 낙찰됐다.


Le marché (Pontoise ou Gisors), Camille Pissarro,  21.5 x 16.6 cm.
The Poultry Market at Pontoise 퐁투아즈의 가금류 시장, 1882, Camille Pissarro,  Norton Simon Museum, Pasadena
Poultry Market, Pontoise 가금류 시장, 퐁투아즈, 1892, Camille Pissarro, Private Collection
Market at Pontoise 퐁투아즈 시장, 1895, Camille Pissarro, Private Collection


Sotheby's employees hold up Camille Pissarro's Le Boulevard Montmartre, matinée de printemps (1897)






Camille Pissarro, Publ.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2006)


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1830 - 1903,

카미유 피사로는 모네 Claude Monet 와 함께 인상주의 Impressionism 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인상주의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고 다양한 성격의 인상주의자들을 모두 보듬을 만큼 인자한 성격과 세잔, 고갱 등 많은 인상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쳐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불리운다.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데 주저함이 없어 클래식풍의 그림부터 초기 인상주의와 점묘화까지 다양한 스팩트럼의 작품을 구사한다. 초창기 그가 그린 작품을 한 번 볼까?


Landscape with Farmhouses and Palm Trees 농장과 야자수가 있는 풍경, 1853, Camille Pissarro
Two Women Chatting by the Sea, St. Thomas 세인트 토마스 바닷가에서 수다 중인 두 여인, 1856, Camille Pissarro


우와, 이 정도면 사진 아닌가? 붓을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실감 나고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하늘을 보라! 두 여인이 밟고 있는 땅의 흙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듯하다. 나무 묘사가 정말 살아 있는 식물로 만든다. 피사로 나이 23살과 26살 때 그린 작품이라고 하니, 피사로는 그림 천재구나.


The brightness of his palette envelops objects in atmosphere,
He paints the smell of the earth.

그의 팔레트의 밝기는 공기 중의 물체를 감싸고,
그는 땅의 냄새를 그린다.

-어느 평론가-




1830년 당시 덴마크령의 서인도 제도 중 하나였던 세인트 토마스 섬 Saint Thomas, U.S. Virgin Islands 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보았던 자연과 풍경을 그의 작품 속에 많이 그린다. 12살에 프랑스 파리에서 기숙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프랑스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경험했다. 그의 나이 25살 때인 1855년 파리에 완전히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통 아카데미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 와 아카데미 스위스 Académie Suisse 에서 수업을 듣고, 1859년 파리 살롱전에 첫 전시된다. 피사로는 야외에서 직접 나가 풍경을 보며 그리는, 우리가 보통 외광파 Plein air 라고 부르는 방식을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 줬던 코로 Camille Corot 에게서 영향을 받고, 또한 자연과 시골의 삶, 농부와 서민의 생활 모습을 감상적으로 잘 표현하는 밀레 Jean-François Millet  를 존경하며 영감을 받는다. 피사로가 제안하는 야외에서 그림 잘 그리는 팁을 한 번 들어볼까? 



Work at the same time upon sky, water, branches, ground,
keeping everything going on an equal basis and unceasingly rework until you have got it.
Paint generously and unhesitatingly,
for it is best not to lose the first impression.

하늘, 물, 나뭇가지, 땅을 한 번에 그려라.
모든 것이 같이 유지되도록 끊임없이 여러 번 그려라.
관대하게 망설임 없이, 첫인상을 잃지 않도록 그려라.

-Camille Pissarro 카미유 피사로-




Jalais Hill, Pontoise 잘레 힐, 퐁투아즈, 1867, Camille Pissarro,  Metropolitan Museum of Art


풍경화에 진심이구나. 피사로! 1868년 살롱전에 출품된 위 작품 ‘잘레 힐, 퐁투아즈 Jalais Hill, Pontoise’ 로 비평가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프랑스의 대표화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피난을 갔는데, 그곳에서 런던에 또 와 있던 모네 Claud Monet 를 만나고, 또한 영국의 국민 화가 윌리엄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의 빛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그림에 깜짝 놀라고 이후 모네와 함께 인상주의의 문을 여는데 큰 영향을 받는다.


The Fighting Temeraire 전함 테메레르, 1838, J.M. William Turner, National Gallery, London


프랑스로 돌아온 피사로는 1873년에 정통 아카데미 미술인 살롱전의 낙선자와 참가를 거부한 세잔, 모네, 마네, 드가, 르느와르 등 15명의 화가들과 함께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그다음 해인 1874년에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회 Impressionist Exhibition 를 연다. 피사로는 1874년부터 1886년까지 총 8회 열린 인상주의 전시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한 유일한 화가이다. 그가 곧 인상주의였다. 그는 작품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자들을 서로 다독이고 의지하며 북돋아 주는 현명한 형이자 아버지와도 같아 모두들 ‘아버지 피사로 Pere Pissarro’ 라고 불렸다. 특히나 세잔은 ‘ 그는 나에게 아버지였다. 나에게 선한 주님과 같은 분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쳤던 폴 고갱마저도 ‘그는 나의 마스터 중의 한 명이었고 나는 그를 부인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산타할아버지 같은 긴 흰 수염의 인자한 표정을 가진 마음씨 좋은 아저씨 모습이 그냥 보여지는 이미지만은 아니구나 싶다.

 

The Hay Cart, Montfoucault 건초 카트, 몽푸코, 1879, Camille Pissarro, Kawamura Memorial DIC Museum of Art


인상주의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즈음인 1885년 피사로는 조르주 쇠라 Georges Seurat 와 폴 시냑 Paul Signac 을 만나 점묘법이라고 하는 신인상주의 Neo-Impressionism 를 받아들이게 된다. 기존 인상파 중에서는 유일했던 것으로 보아, 피사로는 나이는 가장 많았지만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이고 배우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듯싶다.   


점묘법 Pointillism 은 인상주의를 과학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발전시킨 새롭고 신선한 기법이었다. ‘빛’을 화폭에 담기 위해 색의 3요소인 빨강, 노랑, 파랑 (CMYK, Cyan / Magenta / Yellow / K=Black) 을 팔레트에서 혼합하여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는 빛에 가장 가깝게 효과적으로 표현할까에 집중한 것이 초기 인상주의라면, 점묘법은 ‘빛’을 물감으로 혼합해서 탁하게 보이게 할게 아니라, 빛의 3요소인 빨강, 파랑, 녹색 (RGB, Red / Blue / Blue) 을 각각의 점으로 따로따로 찍어, 우리 눈에서 혼합되도록 만들면 진정한 빛의 컬러에 가장 근접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발전시킨 기법이다. 정말 놀라운 생각이다. 우리가 대단히 감성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미술, 예술의 분야에 이처럼 과학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다니, 그것도 1800년대 후반에! 지금의 스크린 픽셀 Pixel 개념을!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거라 너무나 놀랍다.





2년이나 걸려 완성한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1884-1886, Georges Seurat 조르주 쇠라, Art Institute of Chicago




Marché de Pontoise 퐁투아즈 시장, 

점묘법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완전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자신 스스로가 인상주의였던 피사로가 새로운 인상주의의 등장과 방향에 대해 직접 실험해보고 고민해 봤던 흔적으로 보인다. 점과 같이 짧게 끊어치는 붓터치로 점묘법의 느낌을 살려 그렸다. 그 느낌이 시끌벅적한 시장의 분위기를 더 살려주는 듯하다. 앞 쪽의 여인들이 자루를 열고 곡물을 팔고 있는 모습 때문에 또 다른 작품명 ‘곡물류를 팔고 있는 퐁투아즈 시장 Le Marche Aux Grains Pontoise’ 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우리를 앞으로 보고 앉은 두 여인 때문에 한 순간에 우리를 퐁투아즈 시장으로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얼마냐고 물어봐야만 할 것 같다. 오른쪽에는 넥타이를 맨 한 남자가 여인들에 둘러싸여 흥정을 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할아버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곡물의 주인장이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구경하는 인물로 보인다. 왼쪽의 할아버지와 중앙의 여인은 피사로의 또 다른 작품 ‘가금류 시장, 퐁투아즈 Poultry Market, Pontoise’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저 뒤에 가득 메운 시장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시장이 더욱더 활기차고 북적거리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밀레를 닮고자 했던 피사로는 밀레가 농경지에서 일하는 농부를 그렸듯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렸다. 저 시장 골목, 퐁투아즈 시장 골목에 가 보고 싶다.


퐁투아즈는 파리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는 도시로, 피사로가 프랑스로 넘어와 결혼 한 후인 1872년부터 고향처럼 살았던 곳이다. 파리 근교라 파리를 왔다 갔다 하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또한 세잔과 고갱이 자주 피사로의 퐁투아즈의 집 가든에 와서 함께 그림도 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사로의 점묘법은 4~5년의 실험 후 너무 인공적이라 생각하며 그만둔다. 피사로가 점묘법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감각을 드러내고 삶과 움직임을 렌더링 하는데 점묘법이 불가능하였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데 적합하지 않았으리라. 그가 그림 그리는 방식이라고 얘기했던 첫인상을 유지하고 드러내는데 점묘법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짜여진 틀에서 묘사해야 하는 게 힘들었으리라 공감이 간다.


야외에 나가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피사로는 노년에 눈병 감염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게 되자, 고층 호텔 방 창가에 앉아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그의 노년 작품들이 위에서 아래로 큰길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형태로 그린 작품들이 많다. 그의 나이 67세에 그린 몽마르뜨 대로의 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14점의 시리즈 작품 Boulevard Montmartre cityscape series 들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네의 연작뿐만 아니라, 피사로의 연작도 그 이상의 인상주의 작품이구나 싶다. 이처럼 풍경에 진심인 화가가 또 있을까? 다른 인상주의 화가만큼이나 많이 안 알려져 있는 듯하여 조금은 아쉽고, 맘씨 좋은 아저씨 피사로가 명성까지 다른 친구들에게 양보했구나 싶기도 하다. 이젠 피사로도 자신의 욕심도 좀 챙기는 실속 있는 아저씨였으면 좋겠다.




Boulevard Montmartre, morning, cloudy weather, 1897, Camille Pissarro,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The Boulevard Montmartre at Night, 1897, Camille Pissarro, National Gallery
Boulevard Montmartre à Paris, 1897, Camille Pissarro, Hermitage Museum

Le Boulevard de Montmartre, Matinée de Printemps, street view from hotel window, 1897, Camille Pissarro, 2014년 2월 345억 원 경매로 팔린 작품.


Pissarro Work Stolen by Nazis Is Sold for $31 Million   https://youtu.be/Yhkg0uEC9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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