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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도슨트북 Dec 16. 2020

모마 MoMA, 클로드 모네의 수련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Water Lilies

1914-26

Each 200 x 424.8 cm, overall 200 x 1,276 cm


1955년, 모마 MoMA는 모네 Claude Monet의 대형 패널 The large-scale panels 수련 시리즈를 획득한 미국의 첫 번째 뮤지엄이 된다. 이후 수련은 모마 미술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도시화, 상업화, 기술화 되어 가고 있는 세계 도시의 대명사인 뉴욕 New York에 예술이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모네의 신념을 가장 잘 확인시켜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Self-portrait in Beret, 1886, Claude Monet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

인상주의 Impressionism의 문을 연 화가, 클로드 모네 (1840-1926)이다. 그림에 빛 Light을 담아 해돋이 Sunrise시리즈를 선보이는데, 카탈로그에 넣을 작품명을 하나 제안해 달라는 요청에, 무심코 ‘인상이라고 하나 넣어 Put Impression’라고 말한 작품명이 ‘Impression, Sunrise, 1872’, 이후 인상주의의 시작이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그림 같지 않은 그림으로 엄청난 펌하를 받지만, 이후 점점 사람들이 작품 속의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림도 팔리고, 부유함도 누리게 된다. 이 수련 시리즈는 그의 생애 말년에 몰입해서 그려낸 작품이다.

                                                                           

Impression, Sunrise, 1872, Claude Monet, Musée Marmottan Monet

                                                                             


Caricature of the first Impressionist Exhibition in Paris

Caricature of the first Impressionist Exhibition in Paris, ‘Revolution in Painting! And a terrorizing beginning’, 1874 (engraving) (b/w photo), Cham (Amedee Charles Henri de Noe) (1818-79) / Bibliotheque Nationale, Paris, France / Archives Charmet / Bridgeman Images

1874년 첫 인상주의 전시회에 대한 캐리커쳐. ‘'Revolution in Painting! And a terrorizing beginning 미술의 혁명, 그리고 끔찍한(무서운) 시작’



1914-26

장장 12년 동안 그린 작품이라고? 클로드 모네는 1840-1926의 생을 살았으니, 죽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고 계속 손을 봤던 작품인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북서 방향의 지베르니 Giverny에 있는 자신의 집 정원의 모습을 수련 시리즈로 약 250여 점을 그려낸다. 그중에 약 40여 점이 모마의 수련처럼 큰 사이즈의 패널로 그린다.

                                                                         

A blue-hued blur of water and plants and reflections of clouds: Monet in his studio in 1920.


Giverny Garden, JRH Films 2013



Each 200 x 424.8 cm, overall 200 x 1,276 cm

패널 하나의 사이즈가 가로 약 4.2m, 세로 2m이니, 하나로도 충분히 큰 작품인데, 이것을 3개로 연결하여 가로 약 12.7m 사이즈의 대형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방 하나를 거의 이 한 작품 하나가 다 쓰는 느낌이다. 또한 일반적인 평면 전시 형태가 아닌 살짝 굴곡이 진 타원 형태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색다른 경험이다. 작품이 나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가든이 나를 감싸고 있는 기분이다.




지베르니 정원 Giverny Garden,

초반의 인상주의 폄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네의 작품 속 빛에 점점 매료되어 간다. 모네의 작품이 하나 둘 팔리기 시작하면서 노년에는 부 富도 누리게 된다. 또한 복권 French Lottery까지 당첨되었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부를 쌓은 모네는, 1890년 지베르니에 정원이 달려 있는 저택을 구입하게 된다. 이때부터,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가든’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애착을 가진다. 물이 많지 않았던 가든에 정원사들에게 공사로 물을 끌어오도록 해 물도 풍부하게 만들어 낸다. 일본 정원의 모습을 따 제페니즈 브리지 Japanese Bridge도 넣은 가든의 모습을 완성한다. 그러면서, 이 가든의 모습,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의 모습을 이후 약 250여 점의 작품으로 남기게 된다.


Claude Monet's Giverny property in Summer - Photo Ariane Cauderlier, giverny.org


Claude Monet Giverny Garden Photo by Ariane Cauderlier, giverny.org


Claude Monet Giverny Garden Photo by Ariane Cauderlier, giverny.org



몰입,

몰입도가 대단한 작가이다.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본다. 엄청난 몰입을 통해 많은 시리즈 작품들을 그려 낸다. 그 몰입을 통해 우리가 보기 힘든 모습까지 끄집어내어, 작품으로 담아낸다. 하나의 주제를 빛에 따라 어떠한 모습으로 보이는지 다양하게 해석해 내 놓은 작품들이 많다. 해돋이 Sunrise 시리즈도 그렇고, 100여점을 야외에서 스케치 해 와서 스튜디오에서 25점을 완성시킨 건초더미 Haystacks 시리즈, 두달 반 정도를 일부러 성당 옆에 방을 얻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30여점 이상 담아낸 루앙 대성당 Rouen Cathedral 작품 시리즈, 그리고 말년에 백내장이라는 시력의 아픔도 아랑곳 하지 않고 푹 빠진 이 작품 수련 Water Lilies 시리즈…


Rouen Cathedral Series, 1892-1894, Claude Monet


Haystacks Series, 1890-1891, Claude Monet


2019년 5월 15일 뉴욕 소더비 Sotheby's 경매에서 US$110.7M(약 1,210억원) 으로 거래된 모네의 건초더미 작품


최근에 뉴욕에서 거래된 모네의 건초더미 Haystacks 시리즈 중의 한 작품 가격이 약 1,210억원, 대단하다. 그럼, 나머지 작품도 약 1,000억원으로만 계산해도 1,000억원 * 25점 = 2조 5천억원??!! 대단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최고의 화가로 지금까지 사랑받게 하는 걸까?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이처럼 다양하게 그릴 수 있을까? 그의 그림을 그리는 태도를 보면 조금이나마 그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당신이 그림을 그리러 나갈 때,
당신이 전에 가지고 있던 대상에 대한 생각은 잊도록 노력해라.
나무, 집, 들판…

단지,
작은 파란색 정사각형, 핑크색 직사각형, 노란 선들이라 생각하고,
당신에게 보이는 그대로 정확한 컬러와 모양을 그려라.  

- 클로드 모네 -



이러한 태도와 생각으로 모네는 그림을 그린 거구나, 기존에 대한 고정 관념의 생각은 완전 지우고, 그 때 그 때 빛에 따라 보이는 대로 그리다 보니 같은 건초더미도, 같은 성당의 모습도, 같은 수련도 다양한 작품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단한 시각이다.




The Houses of Parliament Series, 1900-1905, Claude Monet, Wikipidia.org


백 여년 전에, 모네는 지금의 휴대폰 카메라의 대표적인 기능중의 하나인 카메라 필터 Camera Filter 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미래에 대중화될 거라는 걸 예상했을까? 카메라 필터를 적용한 느낌을 받는 건 나 뿐일까?

  

휴대폰의 다양한 필터 적용한 이미지



추상주의 Abstractionism의 문을 연 인상주의 Impressionism,

약 250여 점의 크고 작은 수련 시리즈 작품들은 처음의 모습에서 점점 변형이 되어 가는 모습을 띤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가든의 모습을 띈 형태로 그려낸다. 제패니스 브리지까지 담아내어 누가 봐도 정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형태로 그려낸다.

                                                                           


Japanese Bridge and Water Lily Pond, 1899, Claude Monet, Philadelphia Museum of Art

                                                                                                                                                                                                                                                                                                   

하지만 점점 포커싱 Focusing 이 물 위로 좁아진다.

군더더기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형태 또한 단순해지고 점점 단순화되어 간다.

                                                                           

Water Lilies Agapanthus, 1914-1917, Claude Monet, Saint Louis Art Museum
Water Lilies, 1916, Claude Monet,Metropolitan Museum of Art

                                                                                                                                           

또한, 이 시기에 모네는 백내장까지 앓게 된다. 화가에게 백내장이란 정말… 그래서, 색까지 본래의 색에서 변형이 이루어진다. 물체의 변형에서 색의 변형까지 이루어진다. 추상화 느낌이다. 

                                                                           

Le Pont japonais, Giverny, 1920-1924, Claude Monet, Museum of Fine Arts, Houston

                                                                               

                                                                           

Water-Lily Pond, Evening, 1920 - 1926, Claude Monet, Kunsthaus Zurich

                                                                            

누가 이 모습만 봐서는 물 위의 수련이라고 하겠는가? 이 느낌 때문에 인상주의가 추상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하는 이유이다. 인상주의가 처음에는 빛을 어떻게 하면 그림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에 고민하면서 색의 분할을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이러한 물체의 분할까지 닿게 된다. 그래서, 인상주의가 추상주의와 닿아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Water Lilies Pond,1914 - 1926, Claude Monet, Museum of Modern Art

                                                                                   

수련이 담아낸 3가지 요소

모네는 자신의 수련 작품에 3가지 요소를 담았다고 얘기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수련 Water Lilies, 수련 아래에 보이는 물 Water, 그리고 저 위의 하늘이 반사 Reflection 되어 물 위에 비쳐 보이는 하늘 Sky, 이 세 가지 요소를 수련 작품 속에 한 번에 담아냈다고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수련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보니, 수련, 물, 하늘 이 세 요소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그려낸 수련 작품이다.

                                                                         



수련 전시의 3가지 요소

약 250여 점의 수련 작품들 중에 약 40여 점은 모마의 수련처럼 대형 패널의 형태로 그려낸다. 대단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곳 모마 작품보다 더 크게 전시되어 있는 곳이 프랑스의 오랑주리 미술관 Musée de l'Orangerie이다. 모네가 죽고 난 후 몇 달 후인 1927년, 바로 그 당시 모네와 가깝게 친구처럼 지냈던 클레망소 Clemenceau 프랑스 총리의 제안으로, 오랑주리 미술관에 이 대형 수련 패널 8개를 연결하여 전시할 공간을 따로 만든다. 이 공간은 모네가 수련 작품을 전시할 때 지켜줬으면 하는 몇 가지 요소를 그대로 살리게 된다.


‘하나, 평면이 아닌 곡선 형태의 빙 둘러진 모습이었으면 좋겠소.

둘, 하얀색 바탕이었으면 좋겠소.

마지막으로 자연 채광의 햇빛이 그대로 전시실 안에 들어왔으면 좋겠소.’



이 모든 요소가, 수련을 관람하는 관람자가 직접 지베르니 가든에서 수련을 보는, 정원에 있는 그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길 원했던 요소들이다. 실제로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천장이 자연 채광을 바로 받을 수 있게 투명하게 되어 있고, 또한 해가 뜨고 지는 모습까지 수련 작품에 같이 담아내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디테일까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그린 모네이다.


Nymphéas (Water Lilies), 1914 - 1926, Claude Monet, Musée de l'Orangerie, Photo from Meilan Solly



멀리서, 오랫동안

모네의 작품은 가까이서 볼 때와 조금 떨어져서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가까이에서 볼 때는 뿌옇고 흐리고 그냥 대충 그린 듯한 그림으로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전체적인 모습이 완성되면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느낌을 줄려고 이렇게 작품을 그려낸 거구나,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한 번, 멀리서 한 번 보시길 권해 드린다.




또한, 작품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10분 이상 감상해 보길 바란다. 가만히 오랫동안 작품 속 수련, 가든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지베르니 가든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과 어디선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인 뉴욕 복판에서 예술이 주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그래서, 모마에서 관람자가 가장 오래 머무는 작품 중에 하나인가 보다.


                                                                   



                                                                                              

2021년, 이건희 컬렉션 작품중의 하나로 발표한 모네의 수련, The Water-Lily Pond, 1917–20, Claude Monet

                                                                                            


현대의 환경 오염을 풍자한 뱅크시의 작품, Show me the Monet, 2005, Banksy,sothebys.com





                   

m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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