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판결] 파견근로자 근로조건 판단

by 기담

대법원,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판단 신중해야"… 한국도로공사 사건 일부 파기환송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들에게 적용될 근로조건과 지연손해금 법정이율에 대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 사건 개요 ◇

대법원은 2021다245542 근로자지위확인 등 사건에서 한국도로공사에서 상황실 보조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임금 또는 임금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을 심리했다.

원고들은 도로공사의 정규직 근로자이거나,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임금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이 진행된 후, 2019년 6월 1일 시행된 소송촉진법 개정규정(법정이율 연 12%)이 적용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 1·2심의 판단 ◇

1심과 2심은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적용 근로조건과 지연손해금율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근로조건 관련 판단 원심(항소심)은 도로공사 직원 관리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원고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연손해금 적용 문제 원심은 1심 판결 선고 후 소송촉진법 개정규정이 시행되었으므로, 전체 금액에 대해 개정된 법정이율(연 12%)을 적용했다.


◇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원심의 일부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1. 근로조건 판단 기준, 신중해야 한다

대법원은 파견근로자가 직접고용될 경우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할 때,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을 경우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그러나 사용사업주(도로공사)가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협상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개별 사안에 맞게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근로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임금체계, 파견법의 취지, 공평의 원칙 등을 고려해야 하며, 무리하게 특정 근로조건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들에게 조무원 근로조건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이를 파기환송했다.


2. 법정이율 적용 방식 오류

대법원은 소송촉진법 개정 이전과 이후의 지연손해금율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1심에서 이미 심리·판단된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 전 법정이율(연 15%)**을 적용해야 한다.


반면, 항소심에서 추가된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정이율(연 12%)을 적용해야 한다.


원심이 모든 금액에 대해 개정 후 법정이율(연 12%)을 적용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므로 이를 파기했다.


◇ 판결의 의미 및 시사점 ◇

이번 대법원 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된 근로자의 근로조건 설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파견근로자와 동일·유사 업무 수행자가 없는 경우에도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해서는 안 된다. 사용사업주가 파견관계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판단해야 한다. 단, 한쪽 당사자에게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소송촉진법 개정에 따른 지연손해금율 적용 기준을 명확히 정립했다. 1심에서 이미 판단된 청구 부분은 개정 전 법정이율(연 15%)을 적용해야 한다. 항소심에서 추가된 청구 부분은 개정 후 법정이율(연 12%)을 적용해야 한다. 모든 금액에 대해 개정된 법정이율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

이 판결은 근로자 지위 및 근로조건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도,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변경이 청구액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keyword
이전 06화[판결]신탁원부 기재로 제3자에 대항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