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집합건물의 담보신탁에서 수탁자가 위탁자의 관리비 납부 의무를 신탁원부 기재만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신탁등기의 대항력 범위를 명확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집합건물 관리단인 원고는 수탁자인 피고를 상대로 관리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피고(수탁자)는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하기로 정했고, 이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원고(관리단)에게 대항할 수 있다"며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원심은 피고(수탁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리비 지급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신탁법(2011년 개정·2012년 시행) 제4조 제1항은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리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신탁등기로 인해 제3자는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이 아니라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이 자동으로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했더라도,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단(제3자)에게 이를 주장할 수 없다.
신탁등기는 **"이 부동산이 신탁재산임을 공시하는 효과"**를 가지며, 수탁자의 다른 자산과 구별된다는 점에서 대항력이 인정될 뿐이다.
그러나 신탁계약에서 정한 의무(예: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는 약정)는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규정하는 대항력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신탁계약에 포함된 "관리비 납부 의무가 위탁자에게 있다"는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고 해도, 이를 근거로 피고(수탁자)가 관리단(원고)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원심은 신탁원부에 신탁계약 내용이 기재되었으므로, 수탁자인 피고가 관리비 지급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의 대항력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지, 신탁계약의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은 구 신탁법(2011년 개정 이전 법)이 적용된 사안이었고, 개정 신탁법이 적용되는 이번 사건과는 다르므로 원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부담하는 의무가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제3자(관리단 등)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신탁법 개정 후,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공시하는 효과만을 가진다. 신탁계약의 개별 내용(예: 관리비 부담 주체)은 신탁등기만으로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른 의무를 제3자에게 쉽게 면책 주장할 수 없다. 신탁재산의 수익이나 관리와 관련된 부담(예: 관리비, 공과금 등)은 원칙적으로 수탁자가 부담해야 한다. 수탁자가 부담을 면하려면 제3자(관리단 등)와 별도의 계약이나 동의가 필요하다.
신탁법 개정 이전과 이후의 판례 적용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이 구 신탁법 적용 사건(2012다13590 판결)과 개정 신탁법 적용 사건을 구별하며, 개정된 신탁법에서는 신탁원부 기재만으로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법원은 "피고(수탁자)는 신탁원부 기재만으로 원고(관리단)에게 관리비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이 판결은 집합건물의 신탁과 관련된 관리비 문제를 둘러싼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였으며, 신탁법 개정 이후 신탁재산과 관련된 대항력 범위를 분명히 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