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가정(嘉靖) 연간, 황제의 엄격한 금령으로 인해 외국의 예악(禮樂)이 도성에 발붙이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하였다. 한때 동방의 이국적인 음률을 즐기던 자들은 모두 침묵하였으며, 강호를 떠돌던 악사(樂士)들은 더 이상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금령 속에서도 변화를 꿈꾸는 자들이 있었다.
강남 절강성(浙江省)의 항주(杭州), 이곳은 예로부터 풍류와 학문이 번성한 곳이었다. 이곳에 은거한 악사 진운(陳雲)은 한때 명나라 궁정 악단에서 활약했던 인물이었으나, 외국의 가락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궁정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예술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몰래 제자들을 모아 사사로이 연주를 가르치고 있었고,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래 모여드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의 음악이 지닌 힘은 한 사람에게 닿게 되었다. 그는 바로 북경에서 파견된 고위 관리인 왕지강(王志剛)이었다. 왕지강은 황제의 측근으로, 강남 지방의 문화 통제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항주에 도착하자마자 진운의 음악이 백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이를 엄히 다스리라는 명을 받았다.
어느 날 밤, 왕지강은 신분을 숨기고 진운의 연주회를 찾아갔다. 작은 정원에서 은밀히 열린 연주회에서, 그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가락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가락은 강호의 비애를 담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연주가 끝나자 왕지강은 자신을 드러내고 진운을 불렀다. "너는 대역죄인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황제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어찌하여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냐?"
진운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악(樂)은 만백성을 위한 것이옵니다. 그것이 외국에서 왔든, 중원에서 생겨났든, 백성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준다면 그것이 어찌 금지될 일이겠습니까?"
왕지강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황제의 명을 어길 수 없었지만, 이 음악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는 결심하였다. "나는 네 연주를 황제께 전하겠다. 이 음악이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면, 황제께서도 이를 인정하실 것이다."
며칠 뒤, 왕지강은 진운과 함께 북경으로 향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진운의 운명을 걱정하였으나,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황제 앞에서 연주할 기회는 곧 생사의 갈림길이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궁정에서 열린 연주회, 진운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거문고를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은 깊고도 웅장하였고, 황제는 처음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부드러워졌다. 연주가 끝났을 때, 황제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황제는 입을 열었다. "이 음악은 비록 이국에서 온 것이나,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구나. 진운, 너의 음악을 허하노라. 그리고 왕지강, 너의 용기도 가상하다. 너희들은 이제 자유이다."
그러나 황제는 한 가지 더 덧붙였다. "이 음악이 조선에서도 연주된다고 들었다. 조선의 예악 또한 우리의 음악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더구나. 조선의 음악과 가무 또한 우리의 궁정에서 연주하고 공연하도록 하여, 예악을 교류하고자 한다."
이후 황제는 조선에 사신을 보내, 조선의 궁중 악사들과 가무단을 명나라로 초청하였다. 조선의 악사들은 그들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였고, 무희들은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화려한 가무를 선보였다. 그들은 장구와 대금, 거문고를 연주하며, 우아한 춤과 함께 조선의 예술적 정수를 보여주었다.
황제는 감탄하며 말했다. "조선의 음악과 춤은 우리 명나라의 예악과도 통하는 바가 많다. 두 나라의 예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이는 하늘이 내린 축복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조선과의 문화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도록 하라."
이렇게 하여, 외국의 음악과 가무는 다시금 명나라의 땅에서 퍼지게 되었다. 백성들은 다시금 그들의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진운의 가락과 조선의 춤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왕지강은 그날의 연주와 가무를 평생 잊지 않았다. 그는 황제의 측근으로서 남았으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그날의 선율과 춤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