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 이 서슬 퍼런 추위에
떨면서도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선
붉은 마음이 간절하여
슬쩍 다가가 온기를 전한다
행여 눈 속에 묻혀 떨고 있는 건 아닐까
너는 어찌하여 이리
아래로 고개 떨구며 서 있을까
나는 본디 아래로 향해 바라보고 있었네
너를 바라보기 부끄러워서
너에게 닿기 황송해서
조용히 읊조리는 너의 숨결이 곱구나
눈 맞은 산수유는 황홀하기 그지없고
젊음을 간직했던 산수유는 푸르렀는데
여기 서서 기다린 줄도 모르고
산에서만 찾았구나
눈 돌리면 마주할 자리에 있는데
너는 그대로 꽃인 채로 서 있는데
햄버거 한 입 베어 먹다
문득 바라본 그곳
저게 뭘까 눈 마주친 내가 오히려 부끄럽다
성급한 홍매화가 아닌 붉은 산수유
가로수로 서 있는 줄 까마득히 몰랐구나
눈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나의 무지에
톡톡
부끄러움을 숨긴다
하루 온종일
숨차다고 아프다고
비명 한 번 지르지 않는 다소곳함에
내 빼앗긴 마음을 달래려 돌아서다
혹여
따뜻함이 그래도 전해질까
너의 붉은 마음에 다가간다
황홀하게도 내가 더 파르르 떨고 있다
아뿔싸 진즉에 들켜버렸구나
바라보지 않아도 찾아주지 않아도
너는 그저 고운 자태로 지키고 섰는데
애달프다 그리워하며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을
ㅡㅡ늦은 오후 햄버거 한 입 베어 먹다 문득 바라본 길가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저게 뭘까 궁금했다. 홍매화가? 설마. 벌써? 그럴 수도 있겠다. 따뜻하면 필 수도 있겠다. 궁금증에 못 이겨 먹다 만 햄버거를 싸들고 다가갔다. 아, 산수유 열매였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부끄러웠다. 눈 덮인 산수유에 내 맘이 덮이고 말았다. ㅡㅡ지난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