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멋지게 산다, 너
비 오는 가을 길을 걷다, 문득
너,
꽤 멋지게 산다
가을이 지나는 거리에
낙엽은 이미 떨어져
밟히고 쓸리고
분수 속에 떠밀려가지만
그래도 너,
꽤 멋지게 산다
가을답게 물들다
간다.
아직은 이르다고
아직은 갈 때가 아니라고 몸부림치며
엉키고 엉켜 뒹굴다
훌훌 날아간다 가을 속으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인생도 그래,
어디로 가는지
어떤 모습으로 닿는지
알 수 없어
너랑 닮았지 않니.
가을 우체국 앞에서
너를 기다리다
낙엽 구르는 소릴 들으며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다는 노랫말처럼
그냥 걷다가 걷다가 문득
떨어져 뒹구는 너의 뒷모습을 본다
가지 끝에 매달린 낙엽도
떨어져 뒹구는 낙엽도 모두
초연하다
밟혀 사그라져가는 인생도
바람에 훌훌 날아가는 인생도
끝은 있지 않을까
그래도 너는
분수 속으로 날려
또 하나의 하늘을 받쳐이고 있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