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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법흥왕릉과 진흥왕릉 가는 길

경주 서악동

by 어린왕자


아쉬움이 컸다. 문을 걸어 둔 서악서원을 보지 못한 것이. 그러나 서악동 마을은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걸어서 구경하다 보면 기와 담장과 어우러져 국화가 더 예뻐 보이는 곳을 여럿 발견한다.

도봉서당 오르는 길 마을 아래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 올라갔다. 아담한 카페도 하나 있는데 들어가서 잠시 쉬고 싶으나 진흥왕릉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도봉서당


도봉서당은 조선 성종 때 학자인 불권헌 황 정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중종 11년 후손들이 추보재라는 재실을 세웠는데 1915년 추보재가 있던 자리에 도봉서당 일곽을 새로 고쳐 지은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도봉서당에선 다도 체험 준비로 분주하다.


서재인 연어재는 남쪽과 동쪽면을 모두 팔작지붕으로 만들어 두 개의 앞면을 갖게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경주 서악동 3층석탑


경주 서악동 3층석탑은 벽돌탑을 모방한 석탑이다. 바닥돌은 낮게 받침돌을 깔고 그 위에 8개의 거대한 직사각형 돌을 2단으로 쌓아 올렸다. 1층은 남쪽면에 네모꼴로 파서 문을 표시하였고, 그 좌우에 금강역사상을 새겼다. 문 모양 부분에는 문고리를 달았던 구멍이 두 개씩 남아 있다. 지붕들은 벽돌탑처럼 아래위쪽이 모두 계단식이고 처마가 평행한 직선이다. 꼭대기의 머리 장식은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큰 직사각형 돌을 쌓아 바닥돌을 구성한 것은 경주 남산동 동삼층석탑이나 남산 용장계 지곡 제3 사지 3층석탑과 같은 방식인데 서악동 삼층석탑은 바닥돌 위에 놓인 몸돌받침이 1단으로 줄어들고 크기도 작아졌다. 이러한 모양은 경주 지역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형식이라 전한다.


서악동 바위 구멍 유적은 표면에 크고 작은 홈돌이 500여 개 새겨져 있어 성혈 바위, 또는 바위구멍이라 불린다. 제작 시기는 선사시대로 추정되며 바위 길이는 장춘 780 센티미터, 단축 210센티미터이다. 바위에는 기하학적 문양과 여러 선들이 연결되어 있어 농경시대의 민간 신앙과 관련된 유적으로 여겨진다고 전한다.


진흥왕릉


바위구멍 유적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젤 앞쪽에 현안왕릉이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문성왕릉이 오른쪽으로 약간 비껴 나 앉았으며 언덕을 더 걸어올라 닿으면 진지왕릉이 자리한다. 진흥왕릉은 젤 뒤 배치되어 있다. 무덤 가에 테두리도 없어서 고분군과 얼핏 보면 구별이 되지 않는 게 단점이다. 무덤을 정비하는지 봉분을 다지느라 일군들의 삽질이 바쁘다. 잔디를 심어 놓았다며 밟는다고 큰소리친다. 올라오면 안 된다고. 저 밑에 아저씨가 올라가도 된다 해서 왔다고 되받으니 진흥왕릉 모래를 덮는 아저씨가 삽으로 무덤 등을 내리친다.


무섭다. 혼자 무덤을 오르는 길은.
책임자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먼 길 왔다 하니 여자 혼자 대단하시다고, 천천히 둘러보고 가시라고 한 마디 건네신다. 천천히 둘러볼 겨를이 없다. 소리치는 아저씨도 무섭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무섭다. 퍼뜩 모랫길을 쓸며 내려온다. 차를 돌려 법흥왕릉을 찾아 나섰다.


법흥왕릉 오르는 길


법흥왕릉 가는 길은 외지다. 논길로 쭈욱 이어진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으나 혼자라서 약간 무서움도 든다. 주차장이라고 알려주는 곳에 흰색 SUV 한 대와 오토바이 한 대가 지그재그로 서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그게 더 무섭다. 한낮인데도 사람은 없고 차만 있으니 그냥 되돌아갈까 고민도 했다. 멧돼지라도 만나면 어떡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무섭다고 돌아가기에도 너무 바보 같다. 얼른 산길을 뛰어오른다.

법흥왕릉


나 홀로 외로운 길에 왕릉 하나 앉아 있다. 이름표를 읽어볼 새도 없다. 옆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올 것 같다. 길은 쓸쓸하지 않으나 혼자 오르내리는 길은 쓸쓸하며 무섭다. 내려오는 길 끝에 서서 이제 괜찮다 안도하며 서서히 걸음을 늦춘다.

법흥왕은 신라 23대 왕으로 부왕인 지증왕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 건원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 이 능은 선도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 자락에 있다.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봉분의 규모와 입지를 본다면 돌방무덤일 가능성이 높다. 봉분 가장자리에 둘레돌로 보이는 자연석이 일부 드러나있다.

차에 올라 얼른 시동을 걸며 문을 잠그고 어디로 갈까 생각도 하기 전에 얼른 좁은 논길을 빠져나왔다. 좁은 논길을 빠져나와 다시 검색에 돌입한다. 혼자 가는 게 무서운데도 차 안에 있으면 안심이 돼 또 어디로 가 볼까 궁리하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포석정을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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