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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공 정여창을 기리는 함양 남계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2

by 어린왕자


함양 남계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조선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원이다. 조선초기 성리학자이며 동방5현으로 불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학문과 시상을 추모하기 위해 1552년 개암 강 익을 비롯한 지방 유생들이 건립했다. 남계서원은 1566년에 명종 임금에게 하사받은 서원으로, 출입문인 풍영루와 강당, 동재, 서재, 경판고,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성당


급한 경사지에 사당을 제일 높은 곳에 두고 출입문까지 일직선으로 배치하였는데 이는 전학후묘의 배치 형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며, 이후 각 지역에 건립되는 서원은 대부분 이러한 배치 형식을 따르게 되었다.
풍영루 앞은 너른 광장처럼 수목이 군데군데 심겨진 정원밭이다. 도로가와 인접해 찾아 들어가기도 쉽고 넓디넓은 정원이 서원의 자태를 더 두드러지게 보여 준다. 오른쪽 옆으로는 구절초가 피었다가 사력을 다하며 지고 있다.

함양 남계서원의 풍영루는 서원 관계자들의 회합과 유생들의 유식을 목적으로 건립된 누마루다.

풍영루의 단청이 자연스레 퇴색되어 선비의 고장답게 고즈넉한 미를 돋보이게 해 아름답게 보인다.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다.

명성당은 남계서원의 핵심 공간으로 서원 강학 활동을 위한 걸물이다.

남계서원은 백운동서원이 건립되고 9년 뒤인 1552년에 개암 강 익과 유림들의 주도로 건립되었다. 우선 향내의 유생들이 쌀과 곡식을 부조하면서 건립을 위한 여론을 환기하였고, 동시에 당시 함양 군수 서구연이 강당 건립을 위한 물자와 인력을 적극 지원하였다. 강당을 건립하던 중 서 군수가 부친상을 당해 잠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1559년 부임한 군수 윤 확의 지원으로 급진전하여 재개한 지 7년 만인 1559년 완공되었다 전한다.


동재는 유생들이 공부하던 곳으로 양정재라고도 하는데 이는 역경에 나오는 '교육을 함으로써 사람을 바르게 기르는 것은 성인의 공덕이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한 칸은 온돌방이며 나머지 한 칸은 '애련헌'으로 정여창 선생이 송나라 성리학자 주돈이의 애련설에 영향을 받아 연꽃을 사랑해 지었다 한다.

서재는 보인재라고도 하는데 논어에 나오는 '군자는 글로써 벗을 사귀고 벗으로서 인을 돕는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한 칸은 온돌방이며 나머지 한 칸은 영매헌이라 하여 이름 붙였다 전한다.

경판고


경판고는 장판객이라고 하며 서원에서 보유하는 책이나 판각 등을 보관하는 곳이다. 유생들을 교육한 어정오경 등의 서적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박물관으로 옮겨 갔다.

중심 건물 강당 뒤로 경사진 곳에 위치한 사당으로 길다란 계단을 오른다.

사당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올리는 곳이다. 정기적으로, 비정기적으로 제향 의뢰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여창을 모시고, 좌우에 각각 정 온, 강 익 의 위패를 모셨다.

내삼문 앞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면 배롱나무 두 그루가 반긴다. 가을엔 그저 쓸쓸함만 배어 있는 배롱나무지만 여름엔 그지없이 예쁠 듯하다.



전사청은 향사에 필요한 제기를 보관하고 제향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묘정비각은 조선 정조 때 세웠으며, 비문은 당시 문관 김종후가 지었다 전한다. 서원이 만들어지고 난 후 세워졌다.


가을의 남계서원은 제법 황량하다. 주위에 볼거리가 별 없어 남계서원을 목적으로 두고 먼 길 오긴 많이 아쉬우나 그 옆 청계서원도 아울러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즐기며 가려 한다.

뭐 어때,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것도 가을인 걸. 단풍은 없어도 괜찮아. 드라이브 하면 되니까. 여름엔 배롱나무를 보러 와야겠다.

먼 산이 남계서원을 바라보고 있다.

남계서원은 애련현과 영매헌에서 바깥쪽을 바라봤을 때 연지가 보인다. 연지는 유생들의 유식을 위해 조성한 연못이다. 여러모로 연꽃 피는 여름이 제격이겠다.

정여창(1450~1504) 선생은 남계서원의 북서쪽 수동면 개평리에서 태어나 김종직에게 학문을
배웠으며 그의 제자 시절 연산군을 가르치기도 했다. 유교의 이상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도덕적 질서를 강조했다.

김굉필, 이언적, 조광조, 이 황과 함께 한국의 뛰어난 유학자 다섯 분을 일컫는 동방오현으로 성균관 문묘에 모셔졌다.

청계서원


바로 옆 청계서원이 붙어 있다.


함양 청계서원은 조선 성종 때 사림파를 대표하던 탁영 김일손이 한동안 공부를 한 적 있던 청계정사 옛 터에다 1906년 유림에서 세운 것이다. 생전에 김일손은 청빈함을 요구하는 청요직을 두루 지냈으나 연산군(1476~1506) 때 조의제문 사건에 휘말려 무오사화로 희생되었다. 청계서원에서는 김일손의 위패를 모시고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동재인 구경재와 서재인 역가재가 있으며 강당은 팔작지붕에 까치 박공이 달린 삼각형의 벽이 있는 지붕형태이다.

일두고택


차를 타고 십 분여를 이동하다 보면 일두고택이 나온다.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이 살던 집이다.
일두고택은 정여창 선생의 고택으로 선조 무렵 1570년대에 건축되었다. 솟을대문, 행랑채, 사랑채, 안사랑채, 안채, 아래채, 광채 등 양반대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경남 지방의 대표 건축물이다.

고애신 애기씨가 나를 반기러 뛰어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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