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난다
시금치는 시금치대로 아직 푸르고
상추는 상추대로 붉음을 유지한다
가장자리 심긴 강낭콩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본전 뽑을 만큼 많이 뽑았던 파도
아직은 파란 잎을 솟아내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을 과시한다
한겨울이 되기 전에
그들과 실컷 조우했기에
황량하게 겨울을 난다 해도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수 있다
그렇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네 인생도 그러한 것처럼
살아온 세월에 그럼에도 감사할 일이다
황량한 겨울을 지나
따순 봄을 기다릴 일이다
ㅡㅡㅡ새롭게 일을 시작할 때가 되었나 보다. 아직 푸름이 그대로 놓여 있다. 따순 봄이 오고 있다. 이제 황량함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