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소묘
작년에 블루베리 나무 한 그루 사 베란다에 놓고 키웠었다. 친구 동생이 진주에서 제법 넓은 터에 화초를 가꾸며 정원을 꾸미며 살고 있는데 그녀가 키우는 블루베리가 내게는 압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굵디굵은 싱그런 초록의 열매가 소담스럽게 알알이 맺혀 마음에 콕 박혔다. 와, 저렇게도 잘 자라 따먹을 수 있구나! 나는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장에서 생산한 것을 사 먹는다고만 생각했지 나무에서 직접 내가 따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내심 감탄했다. 그 많은 것을 관리하고 기르는 그녀의 노고는 차치하고라도 싱그런 블루베리가 내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고 일단 나도 그렇게 키워낼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녀의 정원을 한 번 다녀온 이후로 블루베리를 키워보고 싶었다. 블루베리 나무가 땅에 심긴 게 아니라 큰 고무통 같은 것에 따로 심겨 있었다. 그땐 블루베리를 그렇게 심어야 하는 줄도 몰랐다. 예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그녀가 그렇게 한 것이라 여겼다. 농사 잘 지었다고 폭풍 칭찬을 했었다. 부지런하다고, 익히 그녀의 성미를 알기에, 그녀였기에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부러움도 가졌다. 그래서 나도 키우겠다 도전했다.
나의 텃밭엔 이미 만물이 심겨 있으니 일단 시험 삼아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집에서 한 그루 키워보자 했다. 화원에 갔더니 블루베리 묘목이 많았다. 사실 그런 큰 묘목이 있는 것에도 놀랐다. 어린 나무를 심어서 몇 년을 키워야 하는 줄 알았다. 어린것에서부터 제법 큰 묘목까지 다양했는데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하고 적당한 크기로 한 그루를 샀다. 문제는 블루베리는 전용 흙이 따로 있었다. 그것은 땅에 직접 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로 화분을 사야 했고 흙도 따로 사야 했다.
예쁜 화분 하나를 골라 블루베리 흙을 사 집으로 가져와 심었다. 싱그런 녹색의 열매가 앙증맞고 신기했다. 키 작은 화분들 사이에서 블루베리 나무는 단연 돋보였다. 물을 자주 주라는 아저씨의 말에 꽂혀 옮겨 심자마자 듬뿍 물을 주었더니 쇼로록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스며들었다. 이미 다 키운 듯 마음이 벌써 뿌듯했다. 당장이라도 며칠 후면 보랏빛의 블루베리를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제법 탐스런 열매가 조롱조롱 달렸다. 하루 만에 십 년을 키워냈다.
눈 뜨자마자 자고 일어나면 블루베리로 제일 먼저 몸이 갔고 마음이 갔다. 물이 모자라지는 않나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손으로 흙을 살살 눌러도 보았다.
'물을 자주 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난감했다. 화원의 환경과 아파트의 환경은 다르다. 화원은 식물을 기르기 좋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맞춰져 있는 곳이다. 아파트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적당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는 걸까. 어떤 식물은 15일 정도에 한 번 물을 주라 하고, 어떤 식물은 4~5일에 한 번 물을 주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식물은 물을 자주 얻어먹지 못해 죽어버리는 식물도 있고 또 어떤 식물은 물을 너무 머금어 죽는 경우도 있었다.
식물 키우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블루베리 나무를 심은 지 이 주일 정도 지나니 열매가 익어갔다. 내가 거의 다 키운 것 마냥 흡족해하며 하나 둘 익은 열매를 땄다. 같이 나무를 산 친구보다 더 잘 키웠다 으스대며 결실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한 그루를 더 사서 집에서 키워보고 텃밭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심어야겠다 하니 친구가 말린다.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텃밭에 물은 언제 줄 것이며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행여 누군가 열매를 다 따가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엊그제 호박이 너무 많이 달려 이웃집에 나눠 먹었다. 집으로 가져와도 한두 개면 족했기에 누가 따 먹어도 괜찮다 했다. 그런데 정말로 커가는 호박을 구경도 하기 전에 누군가 따 가버렸다. 두세 번 그런 경우를 겪고 나니 괜스레 화가 났다. 블루베리 열매인들 누가 따 가지 않을쏘냐 우려가 생긴 것이다. 맞다. 그랬다.
블루베리는 집에서 아름드리나무로 키워야겠다. 블루베리가 조금 더 크게 자랄 때쯤 텃밭에 내리쬐는 뙤약볕을 마주 하고 가을을 기다리며 상추를 걷어내야겠다. 그리곤 좀 더 넓은 아량으로 블루베리 나무를 심어 이웃이 따 가도 모른 체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