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인 건축> ㅡ토마스 헤드웍
여름이 일찍 시작되면서 집 밖은 위험한 곳이 되었다. 나가기 싫지만 그럼에도 책도둑 모임이 있는 날은 더워도 얼른 가고 싶다. 설렜다. 더위를 뚫고 집을 나섰다. 햇살은 이미 너른 땅을 열탕으로 데워놓고 있건만 바람은 많이 분다. 태풍이 오려나. 시동을 걸었는데 내부 공기가 너무 후텁텁하다. 냉정함이 필요할 때다.
너무 더워 조금만 조금만 지체하다 좀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카페 2층에 내리쬔 햇살이 종종걸음 치는 내 발걸음을 붙잡아 놓고 잠시 숨 고르기를 시켰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 가슴에 젤 와닿은 책이다. 여행을 즐겨하는 친구는 세계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건축이나 장소를 스크랩한다고 했다. 나는 사진으로만 봐 오던 건축에 대한 동경심이 이 책으로 인해 더없이 폭발했다.
맞아. 우리가 먼 곳을 여행하는 이유는 건축물 하나에도 볼 만한 가치를 느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먼 곳을 찾은 이에게 풍요로움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여행은 족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랬다.
건물은 지나는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고, 각 문화권의 정체성을 담아야 하고.
모더니즘의 자식이라 불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자기 건물이 형편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축가가 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건축에도 혁명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우리 사는 세상을 건설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작품에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건축에도 혁명이 필요하고, 영양가 있게 지어져야 하고, 싼값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건물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건축에도 실명제가 필요하다. 창의적인 건축가와 협약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고, 행인의 감정과 삶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건축물이 되기 위해선 최우선 과제가 대중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은 따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
건축은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에 대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따분한 건물은 그런 것이 없다.
건물은 감정을 가진다.
건물은 자기가 속한 사회와
자기가 속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곡선이 무섭지 않음을 건축에서 보여줘야 한다.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물은 왜 없을까 하는 물음에서 더 인간적인 건축이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건설업자에게 유리한 건물보다 무엇이 더 효과적인 지를,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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