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었다 갈까요?
가장 넓은 길
양광모
살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 들고
눈을 치우다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ㅡ<꽃이 그늘을 아파하랴ㆍ2023>ㅡ
어디로 가야 하죠
어린 왕자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아직도 우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어찌해야 하나요
막연하게 걸었던 것도 아니고
신중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잠시 눈 속에 파묻히기도 했었고
어둠 속에 묻힌 적도 있었죠
그러다 또 햇살이 비추면
잘 걸어왔다 자찬도 하고
그래, 이 길이 내 길이야, 미덥잖은 미소도 보내고
소낙비 내리면 스스로 우산이 된 적도 있었죠
비도 맞았고
태풍도 맞아보았고
찬서리도 맞아보았죠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꽃은 그늘을 아파하지 않는다고
위로도 해 보았지만
노을 지는 석양빛을 온몸으로 품기엔
아직 좁은가 봅니다
일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무엇을 더하며 살아야 할까요
아직은 더 할 수 있다는
넋두리도 아닌 푸념도 아닌
잠시 쉬어가야 하는 길목에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가장 넓은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