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도 슬픈 청춘의 방황

누가 한스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by 어린왕자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경험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겪었던 젊은 청춘 시절의 경험을 한스 기벤라트와 헤르만 하일너를 통해 기술하고 있는 헤세의 초기 작품으로 1906년 출간되었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자신의 소도시 슈바벤에서 자라고 익힌 예의범절을 철두철미하게 지켜내길 원하고 또한 어른들도 그를 똑똑하고 특별한 존재로 대한다. 단 한 명만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기벤라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갔고 이후 튀빙겐 대학에서 공부한 후 교사나 목사가 되도록 정해져 있는 길을 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한스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권위 있는 성서 해독자이며 독실한 기독교인인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는 시험에 떨어져도 괜찮다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말하며 몸을 단련하고 바깥공기를 많이 마시라 조언한다. 그것이 최고의 인생인 걸 아직은 깨닫지 못한다.

국가가 모든 걸 다 해주는 학교. 그곳에서 아이들은 과연 희망이 있었을까. 신학교에 들어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숙사에서 한스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4년 동안의 수도원 생활 중 길을 잃는 아이도 있었다. 퇴학을 당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하기도 하는 일탈이 이어졌다. 같은 반 친구인 힌딩거가 연못에 스케이트를 타러 가다 강가에 빠져 죽었으나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같은 반 친구, 빈정거리기를 좋아하는 천재 하일너는 시를 쓰기를 좋아했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루치우스는 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다 한스가 하일너와 가까워지면서 신경쇠약에 걸리고 결국 학업까지 중단하게 된다.

소설은 똑똑한 한 청년을 병적으로 몰고 간 학교와 교사들과 아버지와 학교 교장을 비판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가장 위태로울 수 있는 소년 시절을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고 낚시를 금지시키고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시험이 끝나 방학 때조차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게 했으니 아이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스에게도 문둥병 환자의 낙인이 찍혔다. 의사는 한스에게 더 이상 신경쇠약증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며 집으로 되돌려 보낸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아름다운 자연에서 위로를 받으며 행복을 느끼며 산다. 그러나 아무 말 없던 아버지는 한스에게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아무도 그에게 위로를 해 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에마라는 소녀를 만나 잠시 사랑을 느끼지만 자신의 욕망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에마와도 헤어지고 만다.

살짝 달콤했고 많이 썼던 사랑을 보내고 아파하며 신음하며 아파하며 거리로, 정원으로, 숲으로 한스는 목적없이 내몰릴고 있었다.

그러다 기계공 작업장에 가장 낮은 수습공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한스는 친구 하일너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에 빠지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긍정의 마인드로 금속기술자 작업복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움을 채우기에도 사랑을 극복하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날들이었다.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라틴어 학교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아우구스트와 함께 술을 마신 뒤 혼자 집으로 오다 한스는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한다. 장래가 촉망받던 한스였는데 왜 누가 한스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한스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묻는다.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한스처럼 경쟁에서 낙오한 아이를 따뜻하게 위로해 줄 수는 없을까. 우리는 왜 그런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야 했을까.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며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엄격한 규율로 인해 천재적인 한 아이를 망가뜨리고 또한 국가가 낙오자로 치부해 버린 한스의 억압당한 내면이 결국엔 죽음으로 몰고가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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