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도 허리병의 원인을 모른다 하신다

우짜노, 누구에게 물어야 하지

by 어린왕자


"노화입니다."


띠리리리리~~~


최근 체중이 늘어난 때문인지 20년 가까이 서서 강의하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족저근막염이란 처음 듣는 친구가 찾아왔다. 친구 해봐야 도움도 안 될 것 같고 그런 친구는 오래 사귀면 안 된다는 나의 확고한 지론을 펼쳐 병원을 찾았다. '오래 서 있거나' 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이미 답이 나온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리치료를 받고 스트레칭 하라는 고견을 듣고 열심히 고치고 치료하고 있는데도 그 애는 쉽게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절교하고 싶은데 절교하지 못하는 내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지 마라 해서
많이 걷지 마라 해서
스트레칭하라 해서
나름 열심히 운동 안 하고

많이 걷지 않고
열심히 스트레칭했는데
그랬더니 몸무게는 또 늘고
다리는 더 아프고
움직이는 게 싫어졌다.
러닝도 그로 인해 잠시 쉬었다.

무리하게 운동하지 마라 하셔서 날도 덥고 해서 밖에서 하는 운동을 쉬고 아파트 계단을 탔다. 15층까지 네 번을 타고 들어오면 30분 러닝을 한 것보다 땀은 더 많이 흐른다. 위로한답시고 러닝으로 계단 타기를 퉁치기로 혼자 결정했다.

엊그제 저녁 다리가 너무 아팠다. 허벅지도 당기고 종아리도 당기고 엉덩이 부근도 심하게 당기는 느낌이라 이건 필시 족저근막염이란 놈이 운동을 소홀히 한 틈을 타 허리까지 상륙한 것으로 지레짐작하며 반의사다운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뛸 걸 후회도 하면서 냉찜질로 발목을 다독이며 긴긴밤을 보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날 좀 일찍 서둘러 정형외과를 찾았다. 족저근막염을 계속 진료하지 않은 꾸지람을 들을 거라 예상하고 대기시간을 피해 찾은 병원은 왜 그리도 환자들이 많은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엉덩이가 조금 심하게 아프다 했더니 족저근막염과는 전혀 관계없다며 허리가 원인이라는 일침을 놓으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뒤로 하고 그럼 허리가 아픈 원인이 뭘까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화입니다."
띠리리이~~~~

"그럼 어찌할까요?"

허리 사진을 찍어도 별 이상이 없다기에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신다. 무슨 기계로 허리를 조금 자극하더니 몸게무를 끌어당겼다 늘였다 하는 치료가 있다며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누워보란다. 내 몸을 벨트로 묶어놓고 쭈욱 끌어내리며 제자리로 갖다 놓는다. 사람 대신 기계가 내 몸을 당긴다. 꼼짝 못하게 손발이 묶인 병실의 환자다. 제때 고치지 않으면 이러다간 큰일나겠다 싶었다. 그런데 묶어놓은 상체가 당겨 내려간다. 당기는 강도에 비해 몸무게가 약하니 몸이 흔들거리는 웃긴 형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어떻게 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다. 물어보고 싶은데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온데간데없다.

엉덩이가 아픈 건 허리의 문제이며 무리하게 운동했기 때문이라는데 계단 타는 게 무리한 운동인가 판단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운동 전문가에게 물어야 하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두려운 것들이 자주 찾아온다. 아플 때마다 혼자 어떻게 처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허둥댄다. 걔들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나이 든다고 모든 것들이 따라오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도 모른다. 알고 싶어지는 것들이다.



#아픈건싫어 #나도병원은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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