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가을 안부
바람에게 숨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아프지 않냐고
아직은 여름을 벗어나지 못해
힘들게 더디게
갈대숲을 안으며 스러져 있는데
묻고 싶었다
낙엽을 몰고
밤새도록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느냐고
가을 바람은 답한다
이미 지나간 밤바람 소리는
별빛이 어린 하늘을 이고
간간이 쉬어 간다고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다
여린 손바닥 내어 준다고
오래 그러지 않는다고
햇볕도 쬐고
숨도 쉬고
가을 길 걷는 아가의 발등에도
가끔
아주 가끔 살포시 앉기도 한다고
오래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가야 할 여름을
붙잡아 묶어두지 않는다고
가을 바람은 답했다
아직은 햇살이 눈부시다고.
ㅡㅡ내 길을 묻고 싶었나 보다. 작년 가을 무렵 써 놓은 글인데 남의 글을 따 온 건 아닌가 다시 읽어보았다. 어디서 많이 읽어본 시인데, 아니면 어느 작가의 작품인데 옮겨다놓고 출처를 밝힌다는 걸 까먹은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내가 쓴 글을 내 블로그에 올려놓은 걸 발견했다. 다행이다. 남의 것이 아니라서, 내가 쓴 글이라서.
#수국#보라빛봄#인생을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