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품다
바람이 너무 불어 꽃잎이 꺾일 것 같다. 뜨거운 햇살 아래 무거운 태양을 등에 업고도 몰아치는 바람에 한낱 코스모스는 가녀려도 끄떡없다. 텃밭 옆 시멘트 건물 아래 바알간 코스모스가 피었다.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한 잎 한 잎 피고 엮이고 있다. 계절을 앞서 피는 꽃들이지만 무더위에 만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가을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나도 손을 뻗어 너를 반길 수 없다. 무쇠솥 같은 태양빛에 타들어간다. 뻗은 손도 내민 마음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네가 자라났구나
나는 분명 씨를 뿌리고 거두지 않았는데
홀연히 고개 내민 네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이 계절에? 여기서?
너를 보니 가을이 왔구나 반갑다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 내게 꽃을 보여주는구나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 않은 곳에 있어도
정성스레 곧게 뻗은 자태는 흔들릴 만도 한데
가녀린 꽃잎을 지키려 애쓰고 있구나
든든한 배경이 필요한 거지
거센 한여름의 태풍에도
녹아내릴 듯 강렬한 태양에도
꿋꿋이 지켜주는 든든함이 네게도 있구나
넌 이미 가을을 품고 있는 것이었어
흔들려도 절대 꺾이지 마라
햇살이 좋은 곳에서 코스모스는 먼저 핀다. 앞다퉈 피다 보면 오뉴월에도 간간이 피는 꽃도 볼 수 있다. 너무 이르게 펴도 멋없어 보인다. 한두 송이로 무더위를 제압할 수 없으니까 제 계절에 맞게 피어야 예쁘다면서 손길을 더 내미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도 알고 보면 계절에 적합하게 길들여진 동물이라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먼저 고개를 내미는 것들에는 눈길도 먼저 가게 마련이다.
예전에 길을 가다 코스모스가 피어 일찍 있으면 차에 내려서 사진을 찍곤 했다. 계절을 먼저 알리고 싶은 욕심에 관심을 받고 싶었다 할까, 일부러 그 길을 찾아가곤 했던 적도 있었다. 가을엔 코스모스가 제일이지 하면서. 논둑길에 길게 이어져 피어 있는 코스모스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한여름의 물들어가는 초록잎 벼와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벼이삭이 어우러진 붉고 노란 잎의 코스모스는 천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 길을 새삼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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