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게 없는데
파 모종을 심어 놓고
일주일 만에 들여다보았다
그 사이 비가 조금 내려주었고
걷어들일 농작물이 없기에 가 보질 않았다
그러다 또 일주일이 지나 찾은 텃밭에서
놀라움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렇게 많이 자랐다니
그 사이 내가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비가 조금 내려준 것밖엔 없는데
가슴이 벅찰 만큼 잘 자라주었다
자연의 신비는 그야말로 창조자다
파 모종을 심을 때는
다리도 아팠고 모기도 날뛰었고
여름 더위는 물러갈 줄도 몰랐던 때다
심어서 뭐 할까 힘들어 죽겠다 불만을 털어놓고
심지 않아도 없어도 된다 했는데
심어 놓고 보니 인간의 힘 또한 대단하다
그동안 정성을 들였기에
내게 온 보답이 아닐까
한여름 미치도록 더웠고
미치도록 힘들었고
미치도록 텃밭을 엎어버리고도 싶었다
유혹을 이겨내고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기에
그에 상응하는 우리는 얻고 얻었다
부지런해야 산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노느니 마늘 까라는 어머니의 한 마디에
부지런히 일했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살랑살랑 불어주는 가을바람에
넋 놓고 서서 하늘을 우러러본다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잘하고 있다고, 잘 견뎌냈다고
그렇게 굽어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