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투루 세월을 먹은 건 아니다

누런 호박을 따고 보니

by 어린왕자


아직 덜 익은 누런 호박을 따고 보니

묵직한 무게에 놀란다

지난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낸

수많은 노고가 어우러져 빚어낸

한 떨기 고고함으로 앉은 세월이기에

힘 안 들였다면 거짓말이고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다 하여도

저건

분명 뙤약볕의 승리다

찬바람 솔솔 불어

앉은자리를 내어줄지라도

허투루 세월을 먹은 건 아니다

누런 호박은 누런 것대로

한껏 젊음 만끽한 강한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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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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