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을 위하여

by 어린왕자


생긴 꼴은 이래도

엄연히 호박이라 불린다

늙은 호박이라 불러주고 싶다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줄기에서 떼 낸 호박을 안고

애달프다 여기며 애처로이 바라본다


아직 텃밭은 묵언 수행 중이다

배추는 배추대로

무는 무대로

얌전한 자세로 동지를 기다리고

그 사이 바빴던 호박 덩굴은

한편으로 밀려나 동지 맞을 준비를 하는데

말라 바스러진 호박잎을 밀어내며

뽀얀 속살을 드러내 웃고 있다


거두어들여야겠다고 생각하곤

툭 따 버렸지만

만족할 늙은 호박은 아니어서

어찌할까 머리를 굴려봐도


그래 늙은 호박이라 불러 줄게

나도 이걸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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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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