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해야 얻어지는 삶을 배운다
텃밭에 심긴 무가 아직 크지 않아
가을무 네댓 개를 사
무생채를 하려고 했다
이맘때
가을무가 달다 달다 하시던 엄마
뿌리깊이 내린 무를 쑤욱 뽑아 올릴 때
엄마의 입김이 스치는 듯하다
가을무가 지금 딱 달고 맛있다
소고기뭇국 끓여도 되고
생채 해 먹어도 되고
그냥 씹어먹어도 맛있다 하셨다
내 어릴 때야 그냥 씹어먹었다
굵은 무 하나 뽑아서
이빨로 껍질을 벗겨 내
툭 뱉어버리고는
우거적우거적
그때도 달고 맛있었나 모르지만
가난을 씹던 시절엔
그저 먹고살기 위해 씹었다
엊그제 사다 놓은 무를
이틀 동안 내버려 두었더니
이파리가 노랗게 뜨고 있다
삶아 우거지해 먹으려고
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부지런하지 않으니 아깝게 버려지는 것들에
미안한 마음이 인다
무를 썰어 생채도 해 먹고
소고기뭇국도 끓이고
무이파리를 버리고 다듬어
뜨거운 물에 퐁당 담가 삶아낸다
무 하나에도 버릴 것은 없다
달디단 무로 이 가을을 버무리며
부지런해야 얻어지는 삶을 또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