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그리다
내 죽거든 무덤 쓰지 마라
산에 뿌려 다오
아버지의 유언은 내게
아픔도 슬픔도 더는 아니었다
그저 먹먹하게 삭여야 하는
내 삶의 한 조각이었다
내 삶을 살아내기 바빠
아버지 가시는 길 엎드리지 못했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아버지를 아프게 보내드릴 무렵
내 아이는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 인생을 산에다 흩뿌릴 때
훠이훠이 바람 따라 날리는 인생을
그렇게 즐기시는 줄
그땐 그렇게 알았다
지금 아버지 무덤에 들꽃 하나 피어나니
무심하던 얼굴에 보이는
무덤 쓰지 마라 하시던
그 진심을 이제사 알겠다
누가 돌보겠냐고
도시로 타지로 떠나
제 살 길 바삐 사는 어린 자식들에게
그렇게 위로로 던지신 말씀임을
ㅡㅡ아버지 유해를 산에 뿌리고 20년이 지나 엄마 가실 때도 그렇게 무덤 쓰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무덤이 없으니 엄마 무덤을 만들면 아버지가 섭섭해하지 않겠냐는, 망자는 말이 없지만 자식들의 의견이었죠. 그렇게 언제든 내 부모를 찾아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중에서 아버지 엄마 무덤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살아생전 찾아가지 못한 당신의 부모가 묻힌 산에 내 부모를 묻었습니다. 어느덧 십 년이 되어가네요.
오늘 문득 산을 오르다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가을이 짙어지니 그리는 마음도 짙어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