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진 하늘가에 서서
떠가는 구름을 보네
그토록 아름답던 풍경 속에
흐드러지게 녹아 서린 세월
그립다
지나온 발자국에 덮인
우리들의 걸쭉한 웃음소리
어디로 갔는지 잡을 수 없지만
소녀들의 맑은 햇살은
노란 국화잎에 소담스레 얹혀
마알간 추억이 된다
가을이 간다
예쁜 가을이 지나간다
노란 융단을 깔고 기와 담장을 넘어
굽이굽이 가녀린 길을 돌아
서산 너머에 걸렸다
이 붉음이 다하여
저 붉음으로 발하고
이 노을이 짙어
저 붉은 노을로 타고 있다
가을 너머에 또 다른 가을이
숨 막히게 턱턱 아직 버티고 섰는데
해는 이미 기울어
가을을 꿀꺽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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