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by 어린왕자
카페 데네브


그녀는 어릴 적 친구입니다

한 살 많거나

한 살 적거나

그때는 모두 친구였지요

'야'로 통했고

'어요'라고 불렀고

이름도 없이 그저 어깨를 툭 건드리면서

친구라며 같이 놀았지요


그런 친구 같은 한 명이 서울로 갔습니다

가깝게 사는 친구들은 가끔

한 차례 밥을 같이 먹거든요

정해 놓은 날은 아니지만

부담 없이 모이고 싶은 날 모이지요

서울로 간 그녀 딸이 결혼을 한다 해서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한 번도 따로 연락한 적 없지만

마음 하나로 이어진

우리는 진짜 친구였나 봅니다

이제는 언니라 부릅니다

한 살 적은 내가 먼저 마음을 전하고

먼저 '언니'라 불렀습니다

마음은 이미 친군데

머리는 인생의 선배고 놀기의 선배였던 겁니다


주름진 얼굴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비집고 나오는

같이 늙어가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뛰어놀았던

그 옛날의 가난했던 시절이 그립네요


내년에 내려온다네요

아름답게 늙어가는 '친구'로

찌그러진 집따까리 아래서도

하루 종일 놀고 밤마실 다니던 그때를 기억하며

오랜 친구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 살며

같이 익어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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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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