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마음이잖아요
어느 커피가 맛있냐고 주인장이 내미는 커피
예가체프 구지를 약배전 한 커피는 밍밍하지만
깔끔하면서 산뜻한 약간의 산미가 느껴진다
강배전 한 커피는 텁텁하며 진한 쓴맛이 날 수도 있다
커피 본연의 향을 느끼려면 약배전이 좋은데
나는 약배전 커피를 진하게 내리는 걸 좋아한다
먼저 강배전 커피를 한 모금 향기부터 맡아본다
쓴맛이 후욱 코끝을 스치며
입안에 가득 고인 쓴맛이 아린다
주인장의 취향은 뭘까
깔끔하게 감싸는 약배전 커피가 좋다며
다시 케냐를 내려온다
어라, 그런데 이건 무슨 맛?
친구와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지인의 카페에 들렀다. 손님이 없는 탓에 주인도 가게를 지키고 있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손님이 주인을 불러야 하는 입장이다. 점심을 드시고 있단다. 천천히 오셔서 커피 한 잔 달라고 하며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다. 집과 카페가 붙어 있어 주인장은 점심을 드시다 말고 달려오신다. 그리고는 내 목소를 듣고는 전화 목소리와 너무 다르다 하시며 의외의 칭찬을 넘나 든다.
두 얼굴의 아니 두 목소리의 엄마다. 아이들을 혼낼 때는 고함을 치다가 업무상 전화를 받을 때는 180도 달라지는 것이 카멜레온을 닮았다. 주인장의 너스레에 포복절도하다가 은은한 커피 한 잔에 산뜻하게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직접 구운 스콘 하나를 들고
블루베리 잼에 찍어 먹어보라 하신다.
이건 서비스라고
한번 더 다정스레 애교 한 번 부려보다가
내 스타일이 아닌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른다.
커피 어떻게 드릴까요?
묻고 있는 주인장에게
그냥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내가 마시고 싶은 거 달라해도
주인장 마음대로 주실 거잖아요
돈 내고 마시는 커피는 내 취향대로 주시고
주인장이 쏘고 싶은 커피는
주인장 마음대로 주세요
감사히 잘만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