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

우주의 먼지로부터 ㅡ앨런 타운센드

by 어린왕자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우주먼지로부터 만들어진 존재, 매력적인 문장이다. 우리가 우주먼지를 서로에게뿐 아니라 지상의 모든 것에 퍼뜨린다는 것, 그 작디작은 공간에서도, 세계를 가로질러서도 일어나며, 매초 발생하다가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는.

'나'라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을 테지만 내 원자들은 영원히 뒤섞이고 재회하며 존재할 것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계속 여기 존재한다고 작가는 믿고 있다.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존재가 영원히 여기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내 삶을, 지금 살아 있을 때의 내 삶을 다이애나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살아내야겠다고 한 번쯤 머릿속에 담아보게 되었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서문이 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숭고한 사랑의 텍스트다. 제목만 읽고 과학책이라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는 일이 없도록. 그러나 그러나 우리는 한낱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며 그 먼지의 하나인 우리 인간이 상실을 통해 겪게 되는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고 바라보고 감내하는지를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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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딸이 아프고 나서 과학은 깊은 공감의 행위이며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밝혀내고 바꿀 수 없는 것들과 함께 하는 법을 알게 해 주는 학문임을 앨런은 깨달았다고 말한다. 딸의 종양을 연구하다가 팔목이 아파 검사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아내 다이애나도 치료가 힘든 뇌종양에 걸리게 된 후 앨런은 무신론자이지만 더욱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닥쳐오기에 어쩌면 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된다.

아내는 교모세포종이라는 15만 명 중 1명이 걸린다는 치료가 힘든 뇌종양에 걸렸고 딸은 두개인두종으로 어린이 약 7500만 명 중 매년 300명이 걸린다는, 1년 만에 모녀에게 생길 확률 1000억 분의 1이라는 불가능한 확률이 현실이 되었고 앨런은 그 현실과 마주했다.

앨런은 무엇이든 어느 쪽이건 불확실성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현실에 직면했지만 아내 다이애나에게 과학은 탈출구였고 딸의 종양을 잊기 위해 아내는 과학을 붙들고 있다고 여긴다.

앨런은 기적처럼 아내를 고쳐줄 치료법을 찾고 바랐지만 아내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과학의 실천이 어떻게 영혼을 달래주는지 보여주는 아내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죽음을 천천히, 조용히, 경건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과학은 기적을 가르치지만 우리의 통제 능력에 한계가 있음도 가르치며 기적적이고 획기적인 것만이 답이 아니라 진짜 과학은 우리에게 한계와 받아들임까지 가르치고 있다고 말한다.

엄마의 상황을 보면서 어린 딸 네바는 자신의 종양이 엄마에게 옮겨간 것이냐고 묻는다. 결국 진화의 결과로 네바에게도 탑재된 사고방식이 아이를 인과관계의 함정으로 이끌어 가장 고통스러운 결론을 떠안기게 했다고 앨런은 믿는다. 아이의 머릿속엔 온통 인과와 패턴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과학적으로 밝힌다. 다이애나는 절대적인 괴로움과 상실의 순간에도 앨런에게 확실한 평온을 보여주며 아름답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다.

똑같은 사람인 다이애나가 특별한 것은 인류의 가장 경이로운 작품 중 하나인 과학을 통해 비범한 영혼을 발전시킬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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