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ㅡ성해나
이렇게 가슴이 저려올 줄 몰랐다.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찍어둔 사진들, 뜻하지 않게 나들이를 간 곳에서 찍어둔 사진들, 빛바래고 흔들린 사진들 속에서 가슴 시린 그리움과 어떤 얄궂은 미움 같은 것들이 서서히 배어 나오는 아린 감정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올 줄 몰랐다.
<두고 온 여름>은 기하와 재하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그들이 '가족'으로 지낸 4년간의 일들이 켜켜이 엮여나간다. 오래된 흑백사진들이 사진첩에 담겨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을 읽다 내 작은아이의 중학교 사진을 떠올렸다. 같이 사는 남자와 싸우고 졸업식에 갔는데 둘 다 찌그러진 얼굴로 아이 옆에 나란히 내외하며 서서 웃는 것도 아닌 화난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졸업식 사진을 찍었던 때. <두고 온 여름>을 읽다 그때 내 아이의 마음은 어떤 감정으로 물결쳤을까, 자신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정쩡한 어른들의 기분에 좋은 날을 망쳤을 것이라 여기고 지금까지 부모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내 아이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물어보고 싶다가도 혹 아이는 그때 감정이 기억에 없을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끄집어내어 다시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다음에 또 어떤 연유로라도 떠올리게 되면 그때도 그렇게 먹먹해지겠지.
한 부모 가정에서 다시 한 가정을 받아들여 '가족'을 만들기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기하가 어른이 되어갈 무렵 재하는 엄마와 함께 다가와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다가 대학을 다니면서 아예 집을 나와버리게 되고 이후로 한 번도 '가족'을 찾지 않았던 기하. 사진관을 하던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고 적산가옥이었던 사진관은 마라탕 전문점이 될 만큼 시간은 흘렀지만 기하도 재하도 가족이라는 틀을 잊고 살았다.
4년을 가족으로 살았지만 잊고 사는 가족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비정에는 금세 익숙하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는 마음이 가슴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느낌.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묵직한 걸 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남아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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