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했는데 아직도 전문직이라 부르지 못합니다

아직도 맨땅에 헤딩하듯

by 어린왕자



끈질긴 놈이 이긴다고 했다. 하다 보면, 가다 보면 닿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잠시 한 눈 팔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다른 길을 가려했더라면 벌써 몇 번을 갔을 것이다. 지금 한 우물을 파고 있어도 가 볼 걸 하는 후회도 있고 다른 길로 갔어도 후회는 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잘하는 일은 아니라고. 맞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아마 몇 개의 우물은 팠을까 알 수는 없으나 요즘은 절대 한 우물만 파면 안 된다. 이 우물도 파 보고 저 우물도 파 봐야 물이 나오는 곳을 안다. 파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다른 우물을 파기 위한 용기가 늘 부족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임을 안다.


올해 봄, 20년을 채웠다고 공로패를 받았다.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일을 그만두면 퇴직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술술 강연을 할 만큼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사라지지 않았다. 돈이야 그렇다 치고 아직도 사람들 앞에 서면 떨리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아직도 많이 읽어야 하고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하고 아직도 많이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다만 그런 것들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는 것, 그것이 내게 가장 큰 무기로 남았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아직도 나는 내가 전문직이라 부르지 못한다. 해도 해도 새로운 것이 많고 해도 해도 모르는 것이 많다. 무엇이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까? 남들은 대단하다 말하는데 왜 내 마음속에서 자꾸 모자라는 감정이 느껴질까. 아직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다. 지금 새로운 일을 찾으려고 하니 스스로에게 작아지고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회원 수가 줄어들고 신입회원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더 일을 하고 싶은데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을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으니 그것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는 것 같다.


올 가을이 가기 전 나의 마음이 조금 더 확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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