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르침을 준 아이

영광의 날들

by 어린왕자



아이들과 수업을 한 지도 몇 년이 지났을 때다. 초보의 티를 벗고 어느 정도 생활과 수업에 익숙해질 무렵, 그 당시 육 학년이었던 똑똑한 아이의 어머니가 내게 세계사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선뜻 받아들이기엔 내가 아직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 마음으로는 그래, 덤벼보는 거야, 했겠지만 그때는 아이들의 필독서 책을 읽어내기도 내겐 벅찬 날들이었다.


세계사의 배경을 숙지하기엔 그땐 난 너무 초보 선생이었다. 물론 커리큘럼이 있었지만 내가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수업의 질이 달랐다. 막연히 외워서 하는 수업과 전반적인 것을 알고 있을 때와의 수업 내용은 질적으로 다른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일단 한다고 승낙을 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나를 믿고 또 아이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것이라 여겨 실망을 드리고 싶진 않았다.


진짜 그 아이는 똑똑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내게 설명할 줄도 알았고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도 그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장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수업이기도 했다. 가령 미국의 식민지 시절을 배울 때도 그 아이는 현재의 미국 대통령을 알고 있었고 지나간 역대 대통령을 알려고 할 때는 같이 찾아보기도 했다. 오픈북이 가능했다.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면 나도 확답을 주지 않고 같이 책을 찾아보는 그런 수업을 했다. 둘 다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지금도 역사 강의를 하고 있지만 그때 그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결혼을 했을 수도 있는 나이이고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 후 기억나는 아이들은 많고 특히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들도 기억나지만 여러 아이들 중 유독 그 아이는 나의 부족한 점을 발견했어도 나를 믿고 잘 따라주었던 것 같다. 똑똑한 아이들은 안다. 이 선생이 똑똑한지 그렇지 않은지. 나는 아마 그때 그 시절 아이들에게 똑똑한 선생으로 보였을까 새삼 돌아보게 된다. 좀 더 단단해졌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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