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ADHD인 것 같아서 진료를 보러 왔어요”라며 내 진료실에 찾아오는 분들을 뵐 때면 반가우면서도 설렌다. 나도 ADHD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일까? 마치 ADHD라는 녀석과의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게 될 새로운 전우를 만난 것과 같은 든든함과 함께 내적 친밀감이 급히 생긴다. 오랜 타지생활 중 한국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아마 이런 기분이지 아닐까 싶다.
물론 반갑다고 하여 쉽게 환자분을 ADHD로 속단하지는 않는다. 나와 함께 ADHD 치료 전선에 나설 전우인지 철저한 검증과정을 실시한다.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 환자분께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해 물어볼 때면 내심 나는 설레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담을 빗대어 특정 증상을 물어볼 때 환자분이 “어 맞아요! 완전 제 이야기예요!”라고 한다던지, 환자분의 경험담이 내 이야기와 똑 닮아 있을 때면 내적 친밀감이 더욱 차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배우 조정석 님의 명대사가 내 마음속에 스쳐간다. “야~! 너두??”
이런 친밀감이 때로는 나를 잔소리꾼으로 만들기도 한다. 직접 ADHD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약에만 의존해서는 ADHD를 크게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분이 약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면, 내적친밀감과 다르게 엄격해지는 부분이 있다. 문뜩 “여러분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본 교관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며 겁을 주던 수련회 교관샘이 생각난다. 나도 진료 시간에 넌지시 ADHD환자분께 말해볼까 싶다. “본 의사는 환자분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좀 더 잘 치료에 따라오시려나? ADHD환자분들을 진료 보면서, 애정이 있어야 잔소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 ADHD 유병률이 많게는 전체 인구의 3~5% 가까이 된다고 한다. 어딘가에 또 있을 나의 전우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오늘도 “아 맞다!”하며 깜빡하고, 실수투성이의 하루겠지만 힘을 내보자고. 그리고 혹시라도 내 진료실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같은 전우로써 맞이해드리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