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지혜와 사랑으로 길 잃은 다음 세대 곁에서 함께 걷기
청춘에게는 위로가 필요할까, 독설이 필요할까?
거칠고 나쁜 비유일 수 있지만 컴퓨터 고장난 사람이 한 명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컴퓨터가 고장났어요. 어떻게 하면 되죠?"
이때, 근거 없이 긍정적으로 나오는 유형이 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컴퓨터도 고쳐질거야. 화이팅!" 이라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세요! 긍정적으로 컴퓨터를 바라보세요!"라든지 "온 우주를 향해 간절히 컴퓨터가 고쳐지기를 원한다고 바라세요!" 같은 멘트들로 무장한 유형이다. 잠깐의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근거도 없고 결실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자기 자신의 성공 사례만을 근거로 대책 없는 긍정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도 컴퓨터의 컴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컴퓨터를 고쳤어요! 제가 할 수 있으니까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같은 말을 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으면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걸까?
그 다음으로는, 역시 근거 없이 독설을 퍼붓는 유형이 있다. 난데없이 "컴퓨터가 고장났는데 지금 잠이 오냐!"라든지 "왜 남한테 컴퓨터 수리를 의존하는 거야? 스스로 고쳐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니까 문제인 거야!"라든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노력이. 컴퓨터가 고쳐질 때까지 밤잠 안 자 가며 노력해봤어?" 같은 멘트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형을 '니 탓이오' 유형이라고 불러도 될까. 뭐가 어떻게 됐든 아무튼 다 니 탓이니까 니가 잘 하라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바의 요지다. 간혹 "컴퓨터가 고장난 걸 왜 신경 써? 고장났다는 걸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면 되잖아. 내려놓지 못하는 니가 잘못된 거야."라고 하는 달관에 이른 분들도 있다. 아무튼 내려놓지 못하는 니가 잘못됐다는 거니까 결국 이것도 '니 탓이오' 유형에 속한다.
그냥 컴퓨터 고칠 줄 아는 사람이 와서 직접 고쳐주거나 컴퓨터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면 끝날 일인데 별의별 위로와 독설이 난무한다. 니 탓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가 전부 니 탓이라고 했다가 난리도 아니다. 원래 컴퓨터는 고장이 나야 컴퓨터라고 하는가 하면 나 때는 컴퓨터도 없었는데 배 부른 소리하고 있다고 야단이다. 컴퓨터 하나 고치는데 뱃사공이 얼마나 많은지 배가 산으로 갈 지경이다.
그냥 컴퓨터를 이렇게 이렇게 고치세요! 아니면 제가 가서 같이 고쳐드릴게요! 하면 되는데 못 고치는 사람 비난은 엄청 하고 깔아 뭉개면서도 컴퓨터 고치는 방법은 자기네 사업 비밀이라서 못 알려준다는 사람들이 널렸다. 정작 컴퓨터 고치는 방법은 못 알려주겠는데 뭐라도 말은 해야겠으니까 별의별 쓸데없는 변죽을 울리는 말만 엄청 한다.
청춘에게 필요한 건 위로도 독설도 아니다. 그냥 같이 컴퓨터를 고쳐 줄 사람, 혹은 컴퓨터를 고칠 지혜를 정확하게 알려 줄 사람이 필요한 게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지만 누구나 쉽게 간과하는 것, "혹시 어디가 어떻게 고장났는지 알려 줄 수 있어요?"하고 먼저 물어봐주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