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1. 2023
가을이
자리를 내주기 전
겨울은
성급히
자리를 빼앗았다.
ㅡ
가을은
깊었다.
빛바랜 들판 위,
낙엽이 부드러운 카펫처럼
펼쳐져 있고,
낮은 해는
금빛으로 풍경을
물들인다.
사람들은
가을의 마지막을 만끽하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선다.
이 평화로운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겨울이
성급하게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남은 단풍마저
흔들린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기 시작하고,
따뜻한 집 안으로
몸을 숨긴다.
겨울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서둘러 들판의
허수아비마저 치워버린다.
마치
자연의 순환을
가속화시키려는 듯,
겨울은
모든 것을 휩쓸고
간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자연과의 연결을 잃고,
더욱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가을의 풍요로움과
겨울의
고독 사이에서,
우리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더 깊이
몰입한다.
이는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내면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겨울이 가져다주는 고독과
침묵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숨 쉬고 있다.
눈 덮인 들판은
새로운 생명이 자라날 무대를
준비하고,
차가운 공기는
봄의 따뜻함을 더욱 간절히
기다리게 한다.
겨울의 끝에서
우리는 다가올 봄의 희망을
꿈꾸며,
다시 한 번
자연의 놀라운 순환을
경험한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삶과 자연의 끊임없는
순환을 일깨워준다.
가을의 깊음과
겨울의 서두름 사이에서,
우리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이 길에서,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변화의 소중함을
배우며,
계절의 각기 다른 매력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ㅡ
겨울은
순리를 역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