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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9. 2023

어머니, 목도리와 털신 한 켤레 준비했습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침상 협탁에

두세 장의 A4용지가

놓여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정성스레

적혀 있다.











며칠간

포근했던 겨울 날씨가

눈이 내리더니 갑자기 추워졌다.


어느새

겨울이 깊어가고 있는 것일까.

창밖을 보니

눈밭 위에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그 위로

찬 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

문득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른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셨을

것이다.


마당을

쓸고,

빨래를

널고,


이웃집에 마실도

가실 테고.


연세가 드신 만큼

추위를 많이 타실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시린 발로 마실 가시는 것은 아닌지…”라는 걱정이 들 때,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겨울이면

항상

우리에게 따뜻한

모자와 양말,

목도리

준비해 주셨다.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 선물들은

추운 겨울날

우리를 지켜주는 작은

보호막이었다.


그때

어머니의

손길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사

깨닫는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머니에게도

그런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졌다.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고른 모자와 양말,

스카프,

그리고 따뜻한 털신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머니께서

이 선물을 받으시면,

추운 겨울날에도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가

어머니께 이 선물을 전해드리려고

한다.


어머니의 표정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우리를 위해 헌신하셨으니,

이제는

우리가 어머니를 위해 작은 기쁨을

드릴 차례다.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를 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이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마음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어머니는

일제의 서슬이 시퍼렇던

1930년,


5남매 중

장녀로 나셨다.


위안부의 차출이 있어

만주 등지로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피해다니다가

광복되기 한 해 전

14살,


피지도 못한 어린 소녀로

댕기머리를

풀어야만 했다.


그렇게

일제와 6ㆍ25의 전란을

겪으며

갖은 고생만 하다가


아홉수를 넘기지

 채

88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급기야

59세로

돌아가셨다.


지금

살아계셨으면

어머니는

올해

94세이시다.


고향 친구

어머니는

다리가 좀 불편해서이지

아직

정정하시다.


목도리와 털신

두 켤레  

준비다.


하나는

친구 어머님께

드리고,


하나는

어머니 묘소에

올려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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