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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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강아지가 먼저 짖는다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반려견 伴侶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무리 속에서 반짝이는 태양 아래,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즐기고 있다.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작은 강아지들이 큰 개를 볼 때마다 마치 용맹한 전사라도 된 듯이 달려들며 짖어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말하듯, 작은 강아지들은 자신보다 훨씬 큰 개 앞에서도 겁을 내지 않고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처음에는 그저 귀여운 장면이라 여길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작은 강아지들의 행동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들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방어 본능에 따라 짖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이와 비슷한 행동은 인간 세계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잘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외치며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그렇다. 큰 소리로 외치면, 그 잘못이 덜 드러날 것이라 믿는 듯하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책 실패나 부정행위가 밝혀질 위기에 처하면, 그들은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외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 언론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비난을 받는 이들에게 더 큰 목소리로 반격을 가하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한다. 이러한 행동은 마치 작은 강아지가 큰 개를 보고 짖어대는 모습과도 같다. 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것을 숨기기 위해 더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사회 각층에서도 나타난다. 회사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 큰 소리로 호통치는 상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상사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혹은 인터넷상에서 자신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네티즌들도 마찬가지이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상대를 억누르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행동은 모두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에 따르는 비난과 책임을 감당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큰 소리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이다. 이는 강아지가 큰 개를 보고 짖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한다. 다만, 강아지는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짖는 반면, 인간은 자신의 이미지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런 행동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다.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며, 그때는 오히려 더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의 모습이다.
다시 거리로 돌아가 본다.
작은 강아지가 큰 개를 보고 짖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그 강아지가 단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는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이 항상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소리가 클수록, 우리는 그들의 속내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큰 소리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데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강아지의 짖음과 인간의 큰 소리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강아지는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의 이면을 살피는 눈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들이 과연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지, 그리고 그 두려움 뒤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지를.
결국,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아지의 짖음에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반추反芻해 보며,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