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학교에 오가며 '서리'를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부모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하늘만 한 뼘 보일 뿐이니,

그야말로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셈이다.

학교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작은 고개 큰 고개 몇 개를 넘고 또 넘어야 학교가 보인다.
장마철이면 개울물이 넘쳐 돌고 돌아가야 하니 지각하기 일쑤다.
비단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학교 당국의 배려가 있다.

오는 길 또한

역순이기에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학교를

일찍 파해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야 집에 온다.

이를 부모님은 모를 리 없지만

별말씀은 않는다.


허나

섭섭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버지 혼자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하다.

나무도 해야 하고

소에게 먹일 꼴도 베어야 한다.

벌써

도착했어야 할 시간인데, 소식이 없으니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배고픔을 서리로 해결했다.
사실 우린 곧바로 집으로 오지 않는다.
당시는 배고팠다.

오로지

꽁보리밥이다.


반찬이라고는

단무지 ㆍ콩장이 전부인 도시락 하나뿐이다.

간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오는 도중

고픈 배를 움켜 잡고

너나 할 것 없이 남에 밭에 들어가

를 뽑아 먹는다.


때로는 수박ㆍ참외도 슬쩍한다.

이름하여 '서리'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도둑질이다.

허나

이에는 반드시 원칙이 있다.

먹을 만큼만

서리한다는 것이다.


이 행위는 돌고 돈다.
우리 밭

또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설령

밭주인은

안다 해도 어느 정도는 묵인한다.
그들도 어린 시절

러했으리라.

가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

추운 겨울이 문제다.

먹을 것이 없다.

기껏해야

가을에 저장한 고구마ㆍ감자가 전부이다.

유일한 난방인 화롯가에 앉아

고구마 굽는 것이 전부다.

그 화로는 소용됨이 많다.

내복 고무줄 사이에 낀 서캐와

이를 잡아

양 손톱으로 튕겨 화로에 태운다.
고구마와 같이 탄다.

햇볕이 있을 때면

얼음판에서

하루종일 썰매를 타거나,

구슬치기ㆍ

딱지치기 등으로 손이 다 튼다.

손등이 갈라져 피가 절절 흐른다.

이에는 남녀 구분 없다.

학교에 가면 손의 때 검사를 한다. 손 등에 때가 덕지덕지 껴 있어 손등이 갈라진다.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손이 많이 간다.

1학년 때에는 용변조차 제대로 못 가리는

학생도 일부 있다.
교사는 학교에서는 부모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늘 터진 손에서 피가 흘렀다.
흘러내리는 코는

늘 손등과 소매로 훔친다.

소매가 번들번들하다.

빨아도 때가 잘 지지 않는다.

엄마의 불호령이 눈에 선하다.

이를

본 선생님이

내 손을 잡아 학교 뒤 사택으로 간다.

손 등의 때를 닦아주실 요량이다.

당시는

주방 기기로는 석유곤로가 유일했다.

웬만한 가정집은

석유가 쉽게 닳까 두려워

심지를 돋우지 못한다.
그러니

불이 약해 음식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날도

선생님은 석유곤로에 물을 데운다.

물이 끓는 동안

한바탕 지청구가 시작된다.
내가 좋아하는 처녀선생님인지라

잔소리 또한

싫지 않았다.

깨끗하게 닦아 주신 후,

당신의 동동구리무를 듬뿍 발라 주신다.
금세

거북 등짝 같던 손등이

맨실맨실하다.

살짝 미소 지으며 내 손을 끌어

당신의 뺨에 비빈다.

''왕식아 앞으로 손은 이렇게 닦아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갑자기 선생님이 보고 싶다.
지금도 살아 계실까?
계시다면 90을 훌쩍 넘기셨을 것이다.
살아계시다면 꼭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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