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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기 시인의 시 '가을 노래'를 청람 평하다

홍중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을의 노래




시인 홍중기





바람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은
임 떠나는 오솔길로 한 잎 두 잎
눈물 되어 떨어져요
뒤돌아 보면
당신은 분 바르고 뛰어 와
슬픔을 잊어버리려
가슴에 얼굴 묻고
그리운 빛깔로 풀어놓는
사랑의 모습
아름다운 얼굴이었어요
바람 불면
휘날려 멀어지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뿌려 놓고
떠나는 오솔길엔
가을비에 젖어 흔들리는
풀들의 몸짓은 슬퍼요


가을비에 젖어드는 슬픈 마음
임 헤어진 오솔길로
사랑 사랑 눈물 되어 떨어져요
뒤돌아 보면
당신은 아픈 가슴 남기고
떠나는 아쉬운 몸짓
빗방울로 흐르는
가을의 슬픔을 풀어놓는
사랑의 모습 아름다운 얼굴이었어요
바람 불면 휘날려 멀어지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심어 놓고 떠나는 오솔길엔
가을비에 젖어 흔들리는
풀들의 몸짓은 슬퍼요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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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기 시인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삶의 무상함을 시적으로 그려내는 작품들을 많이 쓴다.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감정의 섬세함을 강조한다.
그는 가을이라는 계절의 상징성을 통해 이별과 그리움을 묘사하고, 그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번 시 '가을의 노래'는 바람, 비, 나뭇잎, 풀 등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슬픔과 그리움, 사랑의 추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홍중기 시인은 인간의 감정을 자연의 현상에 비유하여 그 깊이를 더욱 강조하는데, 이는 그가 삶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시인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준다.

"바람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은 임 떠나는 오솔길로 한 잎 두 잎 눈물 되어 떨어져요"

이 구절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이별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임’이 떠나는 오솔길에서 나뭇잎은 눈물처럼 떨어지는데, 이는 이별의 고통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장면은 시적 화자의 점진적인 상실감을 의미하며, 자연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들을 통해 이별의 필연성을 암시한다.

"뒤돌아 보면 당신은 분 바르고 뛰어 와 슬픔을 잊어버리려 가슴에 얼굴 묻고"

이 부분에서는 이별을 앞둔 순간의 복잡한 감정이 드러난다.
‘분 바르고 뛰어 와’라는 표현은 이별의 순간을 외면하려는 화자의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슬픔을 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결국 감정의 깊이를 부정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간절함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적인 약함과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깃들어 있다.

"그리운 빛깔로 풀어놓는 사랑의 모습 아름다운 얼굴이었어요"

여기서 ‘그리운 빛깔’은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감정적인 이미지다. 사랑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으로 회상되며, 이는 이별 후에도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을 의미한다.
시인은 사랑의 순간이 비록 지나갔지만, 그것이 여전히 그리움의 원천으로 남아 있음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바람 불면 휘날려 멀어지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뿌려 놓고 떠나는 오솔길엔"

바람이 불 때, 사랑의 이야기는 흩어져 멀리 날아가지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는 시인의 감정적 내면에 여전히 깊이 남아 있으며, 그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그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바람은 이별을 상징하면서도 사랑의 흔적을 계속 남겨둔다.

"가을비에 젖어 흔들리는 풀들의 몸짓은 슬퍼요"

가을비는 시적 화자의 감정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 젖은 풀들은 슬픔을 상징하며, 이는 이별 후의 공허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와 풀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자연 속에서의 슬픔을 더욱 생생하게 묘사하며, 가을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맞게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

"가을비에 젖어드는 슬픈 마음 임 헤어진 오솔길로 사랑 사랑 눈물 되어 떨어져요"

이 구절에서는 가을비가 슬픔을 더욱 짙게 만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임과 헤어진 오솔길에서 화자는 그리움과 슬픔에 잠겨 눈물이 비처럼 떨어진다.
여기서 ‘사랑 사랑 눈물 되어’라는 반복적인 표현은 사랑이 고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별의 깊은 상처를 부각한다.

"뒤돌아 보면 당신은 아픈 가슴 남기고 떠나는 아쉬운 몸짓"

이 부분은 떠나는 이의 아쉬움을 담아내고 있다. 떠난다는 것은 사랑의 끝을 의미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겨진 아픈 가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인은 이 구절을 통해 사랑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의 잔해를 상기시키며, 이별의 아쉬움을 더욱 강조한다.

"빗방울로 흐르는 가을의 슬픔을 풀어놓는 사랑의 모습 아름다운 얼굴이었어요"

비가 내리는 모습은 시적 화자의 슬픔을 더욱 강조하는 동시에 사랑의 기억을 회상하게 한다. 비와 함께 흘러가는 슬픔은 사랑의 모습으로 재구성되며, 이는 아름답고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다.
시인은 이별의 슬픔을 비와 같은 자연적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사랑이 여전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바람 불면 휘날려 멀어지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심어 놓고 떠나는 오솔길엔"

여기서 바람은 또다시 등장하여 사랑의 이야기를 흩뿌린다. 이별은 사랑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흩어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떠나는 오솔길에서 흩어진 사랑의 이야기는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음을 강조한다.

"가을비에 젖어 흔들리는 풀들의 몸짓은 슬퍼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처음과 유사한 이미지로 마무리된다.
가을비에 젖어 흔들리는 풀들은 이별 후의 슬픔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며,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긴밀히 연결된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은 풀의 몸짓을 통해 이별의 감정을 더욱 강렬하게 묘사하며, 자연의 섬세한 움직임 속에서 슬픔을 발견하는 시인의 감수성을 드러낸다.

홍중기 시인의 '가을의 노래'는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슬픔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바람, 비, 나뭇잎, 풀 등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며, 이를 통해 이별의 아픔과 사랑의 기억이 어떻게 인간의 삶 속에서 지속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시는 감정의 세밀한 결을 포착하며, 이를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시킴으로써 그 감정의 깊이를 더욱 강조한다.

시 전체를 통해 시인은 이별의 필연성과 그로 인한 슬픔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사랑의 기억이 얼마나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지를 표현한다.
그의 시적 세계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상호작용하며, 이 둘의 연결 고리를 통해 삶의 무상함과 그리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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