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부는 고기를 잡지 않는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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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부는
고기를 잡지 않고
고기가
어부의 그물로 들어온다.
모든 고기를 잡으려고
촘촘한 그물, 즉 촉고數罟를
웅덩이에 던진다.
촉고를 사용함은
그물망이 촘촘하여
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함이다.
허나
이는
고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함을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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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부는 고기를 잡지 않고 고기가 어부의 그물로 들어온다." 이 문장은 삶과 프로의 세계에서 중요한 지혜를 담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모든 고기를 잡으려고 촘촘한 그물, 즉 촉고를 웅덩이에 던진다. 이는 그물망이 너무나 촘촘하여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이나 사실 고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함을 간과한 것이다."
이 두 번째 문장은 우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 두 글귀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애쓰는 태도와 그것을 얻는 데 있어 지혜로운 접근법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며, 프로의 세계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먼저, 첫 번째 문장의 "진짜 어부"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으려 애쓰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물고기가 스스로 들어올 만큼 넉넉한 그물을 던지고, 때가 오기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진정한 고수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능력을 신뢰하고, 그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필요 이상으로 모든 것을 얻으려 하거나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상황을 관찰하고, 그 상황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며, 때로는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한다. 그들은 고기를 억지로 잡으려 하지 않지만, 그물 안에 고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두 번째 문장은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잡으려는 욕심에 사로잡힐 때 벌어지는 문제를 드러낸다. '촘촘한 그물'은 우리의 과도한 욕심과 집착을 상징한다.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모든 가능성을 잡으려 할 때 우리는 오히려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그물망이 너무 촘촘하여 물고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려고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과 일에서 모든 것을 다 얻으려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러한 태도는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성공을 갈망하는 사람일수록 모든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촘촘한 그물을 던지고, 작은 기회조차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지치게 된다.
지나친 욕심은 결국 실수를 부르고, 실수는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진정한 프로는 모든 것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나가며, 가장 중요한 몇 가지 기회에 집중한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그물은 적당한 크기로 물고기가 들어올 수 있게 하며, 그 물고기가 그물에 걸릴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린다.
인간의 삶에서도 이 교훈은 유효하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의미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지나치게 촘촘한 그물망처럼 우리의 삶이 너무 많은 욕망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면, 정작 중요한 것들이 그 속으로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느슨하게 그물을 던지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 성취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느냐일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진정한 성공은 모든 것을 다 얻으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고, 그 기회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데서 온다. 인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얻으려 하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중요한 몇 가지에 집중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이다. 삶의 여유와 균형을 유지하며,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어부'처럼 고기가 저절로 그물로 들어오도록 할 수 있다.
우리는 결국 삶의 그물에 얼마나 많은 것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그 그물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에 열려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그물이 너무 촘촘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것이 빈 그물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과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프로의 세계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