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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청람 김왕식





느티나무



청람




고향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
바람을 타고 피어오르는
그리움의 숨결을 품고 있네.

사람들이 떠난 텅 빈 마을,
낡은 지붕 아래로 들리지 않는
아이 울음소리, 어머니의 노랫소리,
이제는 바람만이 속삭이는 곳.

느티나무는 외로움 속에서도
그 자태를 지켜낸다.
세월의 흐름을 몸에 새기며,
그리움의 가지를 뻗어 하늘을 쓰다듬는다.

마을 사람들 떠난 자리에도
아직 느티나무는 기다린다
그늘 밑에서 나누던 웃음과 이야기,
그 옛날의 소리가 다시 울리길 바라며.

느티나무 아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 함께 웃고 울며,
치맛자락 펄럭이며 그네를 타던
그날의 소녀처럼, 꿈을 다시 꿈꾼다.

고향은 말라가도 느티나무는
그 무성한 잎 흔들며 우리를 부르며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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