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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희 시인의 '그리움'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그리움




시인 배선희





목요일이 돌아오면 나는 병고를 치른다 그녀를 위해 수면제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움에 열병을 않고 있는 그녀가 목요일이 되면 콩닥거리는 가슴 내밀고 앓고 있는 한눈에 안대 끼고 내 거울 앞에 나타난다

잠을 재워야 하는데
거울 속 그녀의 통증을 줄여 주려면 열반당에 안주하고픈 생각이 되살아나 천둥 치고 번개 치는 그녀의 통증을 어떻게 재워줄 수 있는지.

목요일마다 훤히 트인 담장 너머 빌딩 숲에서
그녀가 내뿜는 한숨 소리를 들이마실 그를 생각하면 내 마음까지 콩닥콩닥! 보지 않으려고 안대를 하고 있지만 맘속을 비집고 내미는
그리움의 싹은 잘라도 잘라내도 돋아나기만.

오늘의 목요일이 가고
또 다른 목요일들이 줄지어 지나가도
그 숱한 그리움의 한으로 얼룩진 그녀는 목요병에 몸부림치기만 할 터인데

내 손에 들려진 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세진에는 물들지 않는 연잎 같은 얼굴로 스쳐가는 바람 한 조각이길
그저 지나가는 뜬구름이길 바랄 뿐인데도

아!
목요일이면 돋아나는 그리움이 병이 되어 그리움 그리움이 병이 되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선희 시인은 깊은 내면의 고뇌와 그리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하는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대개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과 상처를 시적 언어로 풀어내며, 감정의 미묘한 변화와 심리적 풍경을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그녀의 시 속에 드러나는 그리움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결핍과 소망을 드러낸다. 배선희의 시 세계는 그러한 그리움 속에서 생명력을 찾고,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시인의 고유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이 시 역시 목요일이라는 반복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리움의 병을 앓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삶의 불안정성과 덧없음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목요일이 돌아오면 나는 병고를 치른다 그녀를 위해 수면제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첫 행에서 시인은 '목요일'이라는 특정한 요일을 중심으로 감정의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목요일이 돌아오면'이라는 표현은 시간이 순환하며 반복된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그리움이 일정한 주기로 찾아와 고통을 준다는 것을 상징한다. '병고를 치른다'는 표현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선, 신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인 고통을 암시한다. '그녀를 위해 수면제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은 시적 화자의 갈등을 드러내며,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무력감 사이의 딜레마를 나타낸다.

"그리움에 열병을 않고 있는 그녀가 목요일이 되면 콩닥거리는 가슴 내밀고 앓고 있는 한눈에 안대 끼고 내 거울 앞에 나타난다"

두 번째 행은 그리움의 구체적 대상인 '그녀'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열병을 않고 있는 그녀'라는 표현은 그리움이 마치 열병처럼 몸을 사로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감정의 고통이 육체적 고통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한눈에 안대 끼고'라는 표현은 그 고통이 쉽게 가시지 않음을, 그리고 '내 거울 앞에 나타난다'는 묘사는 그녀의 고통이 시적 화자 자신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거울은 종종 자아 성찰을 상징하는데, 여기서는 그녀의 고통을 통해 화자 자신도 내면의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잠을 재워야 하는데 거울 속 그녀의 통증을 줄여 주려면 열반당에 안주하고픈 생각이 되살아나 천둥 치고 번개 치는 그녀의 통증을 어떻게 재워줄 수 있는지."

세 번째 행에서는 그녀의 통증을 줄여주려는 화자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 '잠을 재워야 하는데'라는 표현은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소망을 의미한다. '열반당에 안주하고픈 생각이 되살아나'라는 구절은 고통의 끝을 바라보는 마음, 즉 죽음 혹은 영원한 평화의 상태를 갈망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천둥과 번개로 상징되는 그녀의 고통으로 이어지며, 그 고통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임을 드러낸다.

"목요일마다 훤히 트인 담장 너머 빌딩 숲에서 그녀가 내뿜는 한숨 소리를 들이마실 그를 생각하면 내 마음까지 콩닥콩닥! 보지 않으려고 안대를 하고 있지만 맘속을 비집고 내미는 그리움의 싹은 잘라도 잘라내도 돋아나기만."

네 번째 행은 고통과 그리움이 어떻게 시적 화자의 마음을 뒤흔드는지에 대한 묘사다. '훤히 트인 담장 너머 빌딩 숲'이라는 공간적 이미지와 '한숨 소리'는 그녀의 고통이 일상의 공간을 넘어 퍼져 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지 않으려고 안대를 하고 있지만'이라는 표현은 그 고통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맘속을 비집고 내미는 그리움의 싹은 잘라도 잘라내도 돋아나기만'이라는 구절은 그리움이 억누르려 해도 계속해서 돋아나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그리움의 불가피성과 영속성을 보여준다.

"오늘의 목요일이 가고 또 다른 목요일들이 줄지어 지나가도 그 숱한 그리움의 한으로 일룩진 그녀는 목요병에 몸부림치기만 할 터인데"

다섯 번째 행에서는 목요일이라는 반복적 시간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리움이 지속적으로 그녀를 괴롭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목요병'이라는 신조어는 그리움이 특정한 시간에 더 강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고통의 상태를 상징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 그리움의 치유가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을 반복하고 강화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내 손에 들려진 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세진에는 물들지 않는 연잎 같은 얼굴로 스쳐가는 바람 한 조각이길 그저 지나가는 뜬구름이길 바랄 뿐인데도"

여섯 번째 행은 화자가 바라는 이상적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세진에는 물들지 않는 연잎 같은 얼굴'은 세속적 고통과 번뇌에 물들지 않고 초연한 상태를 나타낸다. 이는 그녀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스쳐가는 바람 한 조각'과 '지나가는 뜬구름' 역시 일시적이고 덧없는 존재로, 그리움과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상징한다.

"아! 목요일이면 돋아나는 그리움이 병이 되어 그리움 그리움이 병이 되어."

마지막 행은 시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그리움이 병이 되어'라는 반복적인 표현은 그리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점차 심화되는 내면의 고통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이는 그리움의 상처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뿌리 박히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배선희의 시는 그리움과 고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탐구하며, 이를 통해 시간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그리움'은 이 시에서 단순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선, 존재의 근원적 조건으로 제시된다. 특히 '목요일'이라는 시간적 반복성은 그리움의 지속성과 그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고통과 치유의 변증법적 관계를 드러낸다. 시의 표현은 직설적이면서도 은유적이며, 고통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 배선희의 시 세계는 이러한 그리움 속에서의 존재의 이유를 찾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성찰을 요구한다. 이는 그녀의 시가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닌,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임을 보여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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