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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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청람 김왕식
가을은 어느새 발걸음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가만히 두드린다.
그리움과 사색, 이 두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계절이다. 바람이 스치고,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에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은 누군가의 숨결처럼 은밀하고도 은은하다.
마치 감추어진 달빛처럼,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감은 선명하다. 달이 구름 뒤에 숨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리움 역시 그렇게 존재한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속삭인다. 그 작은 진동에도 우리의 마음은 옛 기억을 불러온다. 잊혔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다시금 물결처럼 일어나고, 그리움은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듯하다가도, 이내 깊어져 간다. 그것은 한때 우리의 삶을 가득 채웠던 순간들, 그리고 소중히 간직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움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다만, 가을밤의 차분한 숨결처럼 조용하고도 묵직하게 우리 곁에 머문다.
창가에 맺힌 이슬방울은 마치 우리의 감정이 물방울처럼 맺힌 듯한 느낌을 준다.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움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짙어지는 이슬처럼, 그리움도 고요한 가을밤에 더욱 선명해진다. 새벽녘이 다가오면 이슬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를 지켜본다.
가을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 차가운 공기 속에 섞여오는 나무의 향기, 멀리서 들려오는 속삭임 같은 소리들이 하나로 엉켜들며 우리를 사유의 깊은 바다로 인도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을 되새기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남겨진 흔적을 되돌아보며,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는 것이다.
가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는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움의 계절이자, 사유와 감정의 계절이다. 그리움이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 기억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살아가는 힘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은 곳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와 같다. 그리움의 파도가 우리를 감싸고, 우리는 그 파도 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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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숨결
가을은 슬며시 찾아와
마음속 깊은 강에 돌을 던진다.
파도처럼 번지는 그리움의 물결,
사라진 별빛 아래 숨은 달처럼,
멀리 있지만 늘 가까이 있다.
그리움은 바람 속에 흩어져,
한낮의 햇살에 사라질 듯하다가도
긴 밤의 고요 속에 숨소리로 남아
이슬처럼 창가에 맺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
낙엽은 떨어지지만,
기억은 뿌리처럼 남아
다시 푸른 봄을 기다린다.
그리움은 슬픔이 아니라
과거의 빛을 사랑하는 마음.
가을은 우리를 사유의 바다로 이끌어
잊힌 시간과 잃어버린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서든지 들려오는 속삭임들이
우리를 감싸며 조용히 일깨운다.
가을, 그것은 고요히 다가오는 기쁨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