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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7. 2024

나는 좋은 사람인가? ㅡ 시인ㆍ수필가 청람 김왕식

청람 김왕식







              나는 좋은 사람인가?




                              청람 김왕식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한 번쯤 마음속에 품어본 사람이라면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살아가며 우리는 무심코 던지는 말속에서, 사소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리고 때로는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길 바라는 욕구와 마주한다. 하지만 '좋다'라는 정의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좋다는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표현은 어쩌면 무수히 많은 색채로 퍼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내게 '좋은 사람'이란 무엇이었을까. 말없이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던 어른들, 이유 없이 내 곁에 있어 주던 친구들. 그들은 모두 따뜻한 손길과 온화한 미소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존재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그들의 자리에 설 수 없을 때의 막막함이 좋은 사람에 대한 갈증을 남긴 걸까. 내가 바라보는 좋은 사람은 너무나 이상적이라 현실의 나와 자꾸만 거리를 두고,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나는 매일 내 마음속 거울을 들여다본다.

문득 지나간 시간이 떠오른다.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때로는 진심 어린 말을 꺼내려다가도 거친 상황에 휩쓸려 후회를 남겼던 날들. 그때 그 말을 했더라면, 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갔더라면.
이런 '만약'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단순한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기보다는, 그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꺼내어 어루만지며 좋은 사람을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간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저 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존재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미소를 건네고, 소리 없이 배려를 베풀며, 때로는 자신을 덜어내고 상대를 채우는 일.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궤적을 남길 때, 비로소 사람들은 '좋다'는 말로 그를 정의할 수 있게 된다.
그 길은 늘 평탄하지 않다.
때로는 내가 베푼 진심이 외면당하고, 내가 건넨 온기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 일관성이 내 안에서 서서히 '좋음'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결국 '좋은 사람인가'라는 물음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하나의 시험이자 다짐이다. 완벽한 답을 얻기 어려운 이 질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지금의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내일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 자체로 좋은 사람을 향한 노정의 시작일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는 때로 내 안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지난날의 후회가 빚어낸 상처를 쓸어내며
조용히 묻는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누군가의 눈 속에 맺힌 따뜻한 기억처럼
나도 남을 채워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워진 손길 위에 미소를 얹어 보이고
멀어진 인연 앞에 작은 다리를 놓는다

내가 건넨 진심이 바람 속에 스치더라도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궤적을 남길 뿐

좋은 사람이라는 길은 험난하고도 멀다
때로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오더라도
나는 다시 묻는다, 지금의 나로 충분한가

완벽하지 않은 나를 다독이며 나아간다
답을 찾지 못한 물음 속에서도,
내일은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기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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