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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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1
청람 김왕식
백자의 맑은 표면 위에 달빛이 머문다.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백자의 몸, 조선의 단아함을 닮은 그 몸은 사라지지 않는 여백과도 같다. 흰빛을 넘어선 그 청아함 속에서 달은 천천히 빛을 던지고, 백자는 그 빛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마치 달의 부드러운 숨결이 배어든 듯, 이 흰 빛의 그릇은 차가운 밤공기를 머금은 채 시리도록 투명하다.
달빛이 내려앉은 항아리는 어느새 ‘달항아리’가 된다. 단지 빛을 담은 그릇이 아닌, 조선의 깊은 마음이 깃든 그릇으로서 존재한다. 눈이 시린 만큼 그리움이 차오르고, 가슴이 아리도록 절제된 그 마음은 세월의 무게를 고요히 품고 있다. 이 항아리는 소박하면서도 견고하고, 수많은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조선의 고운 마음을 담아낸다.
조선의 달은 항아리를 비추고, 항아리는 그 달을 품으며 마음을 잇는다. 허전한 밤을 달래며 곁을 지켜주는 달항아리, 그 속엔 수백 년을 이어온 조선의 숨결과 아름다움이 은은히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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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표면에 달빛이 머물고
푸른빛 흐르는 흰 그릇 속에
조선의 단아함이 서린다
흰빛 너머, 투명한 차가움이
밤을 적시며 시리도록 맑다
달이 내려앉은 항아리는
고요히 빛을 품어 안고
조선의 마음이 깃든 그릇 된다
가슴 아린 그리움과 함께
세월의 무게를 담아내고
소박하지만 견고한 그릇,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속에
조선의 달은 항아리를 비추며
달항아리는 그 빛을 품는다
고요히 피어나는 옛 마음을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