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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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상철아,
또 아침이 밝아온다.
어제의 그 아침과는 다른 무언가가 가슴에 일렁인다. 오늘의 아침은 어제보다 더욱 매력적이야. 한 겹 더 깊어진 하늘빛처럼, 조금 더 차가워진 공기처럼, 너와 함께했던 추억이 오늘 아침 내 마음을 감싼다.
지금 나는 계룡산 갑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어. 길게 뻗은 나무 그늘 아래, 네가 좋아함직한 산사의 고요함을 마주한다. 가을의 끝자락에 접어든 산길엔 이제 노란 잎사귀가 떨어져 있고,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와 내 마음속 그리움의 물결을 일으킨다. 너와 떨어져 있지만, 문득 네 진중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해. 그 소리 하나하나가 차분히 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와 오늘의 동행을 이어가게 한다.
너의 묵직한 목소리는 내 발걸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더해주고, 너의 웃음은 지금의 나를 감싸는 가을 산속 바람과 닮았다.
마치 너와 함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길 위에서, 갑사로 향하는 노정이 평소와는 다르게 깊이 다가온다.
너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공기의 진한 향기,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잔잔히 흐르던 계곡의 소리가 새록새록 떠오르며 마음 한편에서 포근한 그리움이 피어난다.
이 아침, 너는 쇼팽과 짙은 커피 향을?
갑사까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이 길 위에서, 나는 너와 나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다시금 마음의 힘을 얻는다. 언제 다시 너와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을 기다리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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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