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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심리 마을회관, 대동회 하던 날 ㅡ 수필가 안최호

김왕식








장심리 마을회관, 대동회 하던 날





안최호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문턱에 다다른 장심리 마을. 고즈넉한 풍경 속에 따뜻한 온기가 스며든다.

이 마을에는 이장을 비롯한 새마을회와 부녀회, 그리고 노인회가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쉬실 수 있는 공간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대동회뿐 아니라, 마을회관에서는 한겨울에도 동네 어르신들의 점심을 위해 부녀회장님과 동네 아주머니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한 해 동안 논밭을 돌보느라 고된 하루를 보낸 할머니들은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하나둘씩 마을회관으로 모인다. 허리가 굽도록 일한 손길이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녹이는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삶에 쉼표를 찍고, 소소한 행복이 꽃피는 특별한 공간이다.

따끈한 온돌방에 앉은 할머니들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입담이 좋은 한 할머니가 먼저 말문을 연다.
“장심리에 자연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던데, 거기가 어디야?”
“응, 샘골 넘어가는 산길 따라가다 보면 비닐하우스 하나 보이잖아.”
“언젠가 거길 지나는데, 냄비 두드리며 각설이타령 부르던 그 사람이 자연인인가 보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는 거기 물이 마르지 않아서 고인 웅덩이가 있었는데 말이야.”

옛 기억을 더듬으며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 강아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요즘의 소소한 일상까지 섞여 웃음을 자아낸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야기 속에서 장심리 마을의 깊은 정과 따스한 우정이 묻어난다.

방 안에는 목소리가 울리고, 장난스러운 농담이 오가는 사이,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진다. 세월의 흔적으로 주름진 이마와 굽은 허리에도 소녀 시절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한 기쁨이 깃들어 있다.

젊음은 비록 몸을 떠났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그들의 마음은 마을회관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한쪽에서는 도토리묵무침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손길이 바쁘다. 가을 내내 정성스럽게 주워온 도토리를 밤새 쑤어낸 정성 가득한 음식이다.

김장을 마친 햇김치에 송송 썬 파를 더하고, 갓 지은 뜨끈한 밥과 시원한 뭇국까지 곁들인 밥상에는 할머니들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다. 탁주 한 잔과 함께 흥겨운 타령이 더해지니, 마을회관은 금세 웃음과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이곳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아니다. 장심리 마을회관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향기가, 또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쉼표가 되는 특별한 장소다.

뜨끈한 온돌방에서 나누는 대화와 웃음, 정성스러운 음식 냄새가 뒤섞인 이 풍경은 장심리가 간직한 소중한 자산이자 고향의 따스한 기억이다.

문 밖에는 겨울바람이 불지만, 마을회관 안에는 한겨울에도 봄날의 온기가 흐른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웃음소리는 마치 장심리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생명수처럼 넘실댄다.

그 웃음소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장심리의 이야기를 품은 향기로 전해질 것이다.

장심리 마을회관에서 피어난 웃음꽃은 오늘도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히 감싸며, 이 작은 마을의 온정을 더욱 빛내고 있다.





장심리 청람루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안최호









장심리 마을회관




가을이 등을 돌리고,
겨울이 문을 두드리던 날.
장심리 마을회관엔
따스한 온돌방과 할머니들의 웃음이 피어났다.

허리 굽은 손길들,
한 해를 논밭에 묻고,
삶의 쉼표를 찾아
조용히 이곳으로 스며든다.

김장김치의 붉은빛,
파 송송 썬 뭇국의 향기,
탁주 한 잔과 함께 어우러진
타령의 노랫소리.
밥상 위엔 정성 어린 사계절이 담겼다.

“샘골 넘어가는 길,
비닐하우스 안에 자연인이 살더란다.”
웃음으로 꽃피는 옛이야기,
웅덩이에 고인 옛 물소리,
그리고 강아지 얘기 속에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주름진 이마에도 남은
소녀 시절의 천진난만함,
굽은 허리에도 반짝이는
그들의 마음은 마을회관을 환히 밝힌다.

도토리묵의 쫀득한 정성,
김장독 속 겨울의 사랑.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장심리 마을회관은
삶의 쉼표가 되어
추억과 온기를 품은 특별한 집이다.

문 밖엔 겨울바람이 불지만,
온돌방 안 웃음소리는
장심리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생명수처럼 끝없이 넘실댄다.

그 웃음은 마을의 이야기로 남아
누군가의 마음에 향기로 스며들고,
장심리 마을의 온정을
오늘도 새롭게 피워낸다.




안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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