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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8. 2024

암에 걸렸어요

김왕식







                           암에 걸렸어요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순간은 잊을 수 없다. 몇 달 전 가슴에서 몽우리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그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방 덩어리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무심코 지나쳤던 나 자신이 지금 와서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 무지와 무심함마저도 나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 노정의 첫걸음이었다.

몽우리는 커졌고, 결국 동네 의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예후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은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큰 병원에서의 정밀 검사는 나를 깨우는 벼락이었다. 결과는 2센티미터 크기의 유방암.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한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왜 더 일찍 병원을 찾지 않았을까?' '내가 무지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랐을까?'라는 자책이 밀려왔다.  후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이후의 시간은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나날이었다. 암이라는 단어는 내 삶의 중심을 흔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관점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며 무심코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들, 매일 마주하던 평범한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 암 진단은 내게 두려움과 함께, 나를 돌보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치료 과정은 고단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희망의 불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 나를 걱정하며 함께 울고 웃어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암을 극복하고 다시 건강한 삶을 사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매일 아침,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작은 변화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치료 후 느끼는 잔잔한 통증조차 내가 여전히 싸우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암은 내게 고통을 안겨준 동시에 내 삶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사랑하고, 더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완치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의 몸과 마음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갖고 있음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암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상태라면, 꼭 기억했으면 한다. 암은 싸워야 할 대상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암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내가 살아온 삶, 앞으로 살아갈 날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한다. 힘들 때는 울어도 좋다. 그 울음 속에서도 당신은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나 역시 당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지칠 수 있지만, 함께 이겨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희망은 생각보다 강하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함께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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