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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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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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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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시 '괜찮아'는 삶의 가장 내밀한 고통과 그 치유 과정을 탐구하며, 인간 내면의 연약함과 회복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 시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적 감정에 도달하며, 한강 특유의 깊은 성찰과 미의식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껴안는다.
이 시는 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서술한다.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라는 구절에서 보이듯, 삶의 연약함은 어린아이의 울음과 어머니의 불안을 통해 형상화된다.
특히 "괜찮아"라는 위로의 반복은 단순한 언어적 표현을 넘어 삶을 관통하는 치유의 메시지로 자리한다. 이는 단순히 타인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애로운 말로 확장된다.
시의 초반부에서 화자는 아이의 울음과 자신의 불안을 마주하며 고통스러운 반복 속에 갇힌다.
"왜 그래"라는 질문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답답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괜찮아"라는 말이 등장하며 시의 정서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 전환은 단순히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화자 스스로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작용한다.
특히 "내 울음이었지만"이라는 구절은 울음의 주체가 변화하는 순간을 강조하며, 화자의 내면적 성숙을 나타낸다.
한강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려는 시도로 가득하다. 이 시에서도 화자는 불안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껴안으며 자신을 치유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삶의 고통과 슬픔을 회피할 수 없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또한,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라는 구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면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지혜를 보여준다.
이 시의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괜찮아"는 일상적인 표현이지만, 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며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독자가 시의 정서적 맥락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이끈다.
한강 특유의 미적 감각은 시의 형식적 단순함 속에서 삶의 본질을 응시하며, 독자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괜찮아'는 인간의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낸 한강의 대표적인 시로, 삶의 연약함과 치유를 탐구하는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괜찮아"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인간의 존재와 삶의 고통을 수용하고 껴안는 행위를 상징한다.
이 시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여 보편적 감정으로 확장되며, 한강의 삶의 가치관과 작품의 미학적 깊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는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과 화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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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 '괜찮아'를 읽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 시인님께 감사와 감동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아이의 울음과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제 마음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어린 시절, 이유 없이 흐느껴 울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왜 그렇게 슬펐는지 알 수 없던 막연한 기억들과 마주했습니다. 그 당시 저를 달래주던 어머니의 품이 시인의 말 속에서 다시금 느껴졌습니다. 특히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라는 표현은 삶의 연약함과 그것을 지키려는 간절함을 절절히 전해주어, 그 문장에서 멈춰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아이를 달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라는 단순한 한 마디가 지닌 힘을 통해, 시인은 우리의 삶에도 속삭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제 안의 연약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왜 그래"라는 질문만 반복하며 불안과 두려움을 키워왔던 제 모습이 화자와 겹쳐 보였고, 시인의 "괜찮아"라는 말이 제게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구절에서, 제 마음은 완전히 녹아내렸습니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깨달음을 넘어, 제가 제 자신에게 건네야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세상 속에서 흔들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시간 속에서, 제가 제 자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괜찮아"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처음으로 제 내면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그 목소리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제 삶의 고통과 마주했지만, 시인이 전해주신 메시지는 그 고통을 더 이상 두려움으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괜찮아"라는 말이 시 속에서 반복될 때마다, 그 울림이 점점 제 안에서도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괜찮아"라는 이 단어가 이렇게 큰 울림을 가질 수 있다니, 시인의 감각과 통찰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우리 모두와 나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고, 저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이 세상에 더 많은 위로와 성찰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ㅡ 청람
